내달 퇴임 푸틴, 여당 의장 직 수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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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 퇴임하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여당인 ‘통합러시아당’의 의장 직을 맡기로 했다. 그는 15일 오전(현지시간) 통합러시아당 전당대회에 참석해 “당의 제안을 받아들여 당을 이끌 준비가 돼 있다”며 수락 연설을 했다. 전당대회에 참석한 600여 명은 푸틴 대통령이 단상에 오르자 기립 박수로 환영했고, 연설이 끝난 뒤 만장일치로 그를 의장에 추대했다.

임기 말에도 70%대의 높은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푸틴은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 당선자가 취임하는 다음달 7일 총리에 임명될 것이 확실시된다. 이렇게 되면 푸틴은 ‘실세 총리’로서 내각을 이끄는 동시에 의회 다수당 의장까지 맡아 대통령 못지않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총선에서 통합러시아당의 비례대표 1번으로 출마해 여당이 원내 다수당을 유지하는 데 기여했지만 스스로 의석을 반납했다. 단, 자신이 후계자로 지목한 메드베데프 제1부총리가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총리를 맡겠다고 공언했다. 메드베데프는 지난달 대선에서 70%가 넘는 압도적 지지로 당선됐다.

전문가들은 통합러시아당이 메드베데프 대통령과 양두 체제를 구성할 푸틴 총리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 해 그를 의장에 추대했다고 분석한다. 대통령 탄핵권을 가진 의회 다수당 수장 직을 푸틴에게 맡겨 대통령을 견제하려는 포석이란 것이다. 동시에 이번 행보가 헌법 개정 없이 대통령제에서 내각제로 이행하기 위한 사전 준비라는 해석도 나온다.

유철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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