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초등학교 겉.속 함께 바뀌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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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황국신민」의 기초교육을 다진다는 뜻으로 일제(日帝)가 제정한 「국민학교」란 이름을 「초등학교」로 바꾸기로 교육부가 결정한 것은 늦었지만 잘한 일이다.반세기동안 익숙하게 써온 이름이고,현대적 의미의 국민이라는 해석으로 받아들이면 되지 않겠느냐는 반론도 있지만 일제의 당초 제정의미를 안이상 바꾸는게 당연하다. 교육부는 초등학교로 명칭을 개정하는 이유를 일제잔재청산과 민족정기를 바로 세우기 위한 조처라고 했다.물론 옳은 이유고 정당한 사유다.그러나 학교명칭을 바꾸는 이번 기회에 이름만의 변경이 아니라 초등교육이 바로 서는 전기로 삼는 노 력을 정부가 병행하기를 당부하고 싶다.
국민학교를 초등학교로 바꾼다고 민족정기가 저절로 바로 서지는않는다.모든 교육의 시발은 초등교육에서 비롯된다.그런데도 우리교육정책은 대학위주로 편중돼 있다.대학입시에 모든 교육정책이 쏠리고 초.중등교육은 뒷전이다.말이 의무교육이 지 私교육비가 초등교육에서 이렇게 많이 드는 나라가 세상에 또 없을 것이다.
국민총생산(GNP)의 4%가 교육재정이라지만 초등교육에 투자되는 돈은 교사의 월급밖에 없다.학교 유리창 한장 갈아끼울 돈이 없는 실정이고,아직도 콩나물교실에다 1천6백52학급이 2부제 수업을 하고 있다.급식문제가 제기된지 오래지만 아직 몇몇 학교에서 시범적으로 실시할 뿐이다.40년이상 방치된 학교건물이1천6백여곳이고,장마철이면 물이 새고 언제 무너질지 모를 위험마저 안고 있지만 예산이 없어 보수할 엄두도 못내는 실정이다.
국민학교에서 초등학교로 바꾸는 시점에서 올바른 초등교육을 바로 세울 획기적 초등학교 지원책이 나와야 한다.학교환경개선과 교육의 질적 개선을 위한 여러 대안이 광복 50주년을 맞아 새롭게 제시돼야 한다.교육개혁안에서도 초등교육에 대 한 획기적 대안제시가 없다.대학교육은 기업과 수요자에 우선 맡기고,초등교육의 기초를 새롭게 다질 정부의 획기적이고 집중적인 교육투자가요구된다.이름만 바꾼 초등학교가 아니라 겉과 속이 함께 바뀔 새 모습의 초등학교를 세워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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