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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아 실적아,‘미국 악재’이겨다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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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주식시장의 영원한 테마는 실적이다. 주가는 단기적으론 시장 수급에 따라 출렁거릴 수 있지만 길게 보면 결국 기업의 체력을 반영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14일 글로벌 증시가 휘청거린 것도 실적이라는 테마 때문이었다. 지난 주말 제너럴일렉트릭(GE)이 내놓은 1분기 성적은 실망 그 자체였다(본지 4월 14일자 E3면). 미국 실물경제의 ‘바로미터’라는 GE가 부진을 면치 못하자 경기침체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었다.

11일 미국 증시는 2% 이상 폭락했다. 그 여파로 14일 문을 연 아시아 시장도 대부분 약세를 나타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33포인트(1.85%) 하락, 1750선을 내줬다. 일본(3.05%)·중국(5.62%)도 급락했다. 이번 주에도 미국 금융회사를 비롯해 주요 기업의 1분기 실적 발표가 잇따른다. 국내 주요 기업의 실적도 본격 공개될 예정이다. 주가 흐름의 분수령이 될 실적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발 실적 후폭풍 주의보=GE의 부진한 실적은 베어스턴스의 파산을 끝으로 최악은 벗어났다던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의 여파가 여전히 진행 중일지 모른다는 우려를 낳게 했다. 다들 나쁠 것으로 예상하고는 있지만 이번 주 실적을 발표할 글로벌 투자은행이 얼마만큼의 부실자산 상각 계획을 내놓을지에도 시장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나마 인텔·구글·이베이와 같은 정보기술(IT) 기업의 사정은 나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경기 후퇴 여파로 IT 기업들이 올 연간 실적 전망치를 하향 조정한다면 증시에는 부담이다. 미국 기업들이 부진한 성적표를 내놓고, 이로 인해 미국 증시가 급락하고, 다시 그 여파로 국내 증시가 흔들리는 악순환도 우려된다.

그러나 조정은 있겠지만 연초와 같은 급락 사태가 나타날 공산은 크지 않다는 전망이 많다. 대우증권 이경수 연구원은 “GE의 실적 부진은 금융사업부의 부진에서 비롯된 것이라 이를 실물경기 침체 우려로 연결하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라며 “소극적으로 대응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강한 상승세를 이어갈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이 다수다.

한국투자증권 박소연 연구원은 “사서 묻어두는 것이 아니라 지금은 1700선 밑에서 사서 1800선 근처에서 파는 전략이 유효하다”고 주장했다.

◇실적 호전주 중심 접근을=다행히 미국에 비해 국내 기업의 실적은 긍정적이다. 14일 GS건설은 사상 최대 실적을 내놨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 늘어난 영업이익(1032억원)을 기록했다. 앞서 실적을 공개한 LG디스플레이·포스코도 ‘깜짝 실적(어닝 서프라이즈)’에 가까운 성과를 발표했다. 그러나 실적이 주가에 미리 반영됐다는 시각이 우세하면서 이들 기업의 주가는 오히려 약세를 나타냈다. 이날 GS건설과 포스코는 6% 이상 떨어졌다. 삼성증권 오현석 투자정보 파트장은 이에 대해 “‘소문에 사서 뉴스에 팔라’는 증시 격언처럼 실적 발표를 오히려 매도 기회로 활용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역시 중장기 투자 대안은 실적 호전주라고 입을 모은다.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지며 단기 조정을 겪을 순 있겠지만 결국 실적이 주가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중소형주 가운데 대한제강·세아베스틸·한국철강·디지텍시스템·키움증권은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비 30% 이상 증가할 전망이다. 대우증권은 대우조선해양·한화·삼성중공업·한솔제지를 실적 호전주로 추천했다.

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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