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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감독.촬영.음악 모두20代-양윤호감독 "유리"화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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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감독.배우.시나리오에서 영화음악.촬영등 영화제작의 주요 작업을 20대 젊은이들이 맡는 장편영화가 제작되고 있다.화제의 작품은 하명중 영화제작소가 16일 촬영을 시작할 『유리』.박상륭의 소설 『죽음의 한 연구』가 바탕인데 불교의 한 분파인 밀교의 수행과정을 소재로 해 인간의 욕망과 속성,그리고 운명을 다룬 드라마다.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도 맡을 양윤호(29)감독은 동국대 연극영화과에 재학중이던 91년 단편영화 『가변차선』을 만들어 금관영화제.신영영화제등 4개의 단편영화제에서 대상을 세개나 받은 재주꾼.92년이후 영화계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어 『 들소』『아담이 눈뜰때』『말미잘』등 다섯편의 장편영화에서 조감독으로 일했으며 『유리』가 장편영화 감독 데뷔작이다.
남자주연인 유리역에 결정된 박신양(27)은 동국대 대학원에서연기를 공부하다 러시아 말리극장 소속 쉐프킨 연극대학으로 유학가 러시아의 정통연기법인 스타니슬라브스키의 연기법을 익힌 학구파 배우다.
여자주연인 누이역을 맡은 이은정(20)과 촬영감독 정정훈(26)은 각각 대학 3,4학년에 재학중인 학생이다.특히 정감독의경우는 지금까지 10년을 조수로 일해야 비로소 카메라를 잡게되는 충무로 한국영화계 관례를 정면에서 깬 것이다 .영화음악도 20대가 작곡하는데 독일 베를린 공대에서 오디오를 전공하고 현재 방송드라마 음악을 작곡하는 한재권(27)이 맡는다.
젊은이들이 만드는 영화답게 내용과 제작 진행방식도 신선하고 독특하다.인간의 욕망과 구도의 힘든 길을 표현하는 장면에서 밀교에서 말하는 84가지 남녀관계 체위를 화면에 모두 담는 것은물론 감독과 배우들이 모여 영화에서 나타낼 밀교 와 선종불교에대해 토론하며 연습하고 있다.감독의 지시에 배우나 제작진이 따르는 것을 넘어 영화내용과 각 장면의 성격을 서로 공감할 수 있도록 공동학습하는 것이다.
데뷔감독이 이렇게 쉽지 않은 작품을 선정하기는 이례적이다.이런 모험적인 작품 선정은 최근 영화계에 데뷔하고 있는 30대 감독들이 흥행능력을 인정받기 위해 자신의 관심과는 상관없이 기본흥행이 보장되는 코미디나 액션영화에만 매달리는 현실과 차별성을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영화제작방식도 독특하다.감독과 배우가 모여 시나리오를 돌려 읽어가며 장면 구성과 연기방향을 토론하는 세미나를 벌써 반년째매일 저녁 열고 있다.그리고 승려역의 남녀주연배우는 세달전 미리 삭발했다.배역의 느낌을 일상생활중에서도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라는 설명이다.
양감독은 『어려서부터 영화 만드는게 꿈이었던만큼 철저한 프로근성으로 젊은 영화인의 힘을 보여주겠다』고 의욕을 보였다.
영화제작자 하명중감독은 『영화계 선배로서 젊은 사람들에게 기회를 줘 그들의 실험정신과 도전력을 북돋워주고 싶어 투자하기로했다』고 말했다.
이들 20대 젊은 영화인들이 한국영화계에 어떻게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을지 벌써부터 기대가 대단하다.지난해 『닥터봉』을 만들면서 국내 영화계 도제를 전혀 거치지 않은 해외유학파 영화인들이 대거 등장한 이래 이번에는 20대들이 영화계 로 진출함에따라 영화계의 세대교체가 본격 진행중이라는 분석도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蔡仁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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