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회 세계바둑오픈' 趙9단, 중국식 포진을 피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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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제8회 세계바둑오픈 결승전 제2국
[제1보 (1~22)]
白.趙治勳 9단 黑.朴永訓 5단

어느덧 친근해진 영남대학교 교정이다. 하도 넓고 평평해서 우리들이 외따로 떨어진 느낌마저 준다. 2국이 열린 12월 9일 아침. 예상대로 조치훈9단이 먼저 모습을 드러냈다. 간밤에 소주 한잔을 했을까. 아마도 그랬을 것이다. 그러나 거의 30년 차이의 젊은 기사와 대결하면서 그는 모처럼 행복한 얼굴을 하고 있다. 전에 없이 밝고 편하다. 12년 만에 결승까지 온 데 대한 안도감일까. 趙9단은 운이 있으면 이길 것이라고 했다. 이겨도 운이고 져도 운이라고 했다. 그렇지만 그는 지금 아무도 없는 대국장에서 홀로 자리에 앉아 명상에 잠겨있다.

대국개시 시각인 9시30을 딱 맞춰 박영훈5단이 나타났다. 약간 부스스한 모습.우승에 대한 흥분 때문에 잠을 제대로 못이뤘는지도 모른다.이번엔 박영훈이 흑. 꾸벅 인사를 한 다음 곧장 우상 소목에 착수한다. 카메라 플래시가 요란하게 터진다.

7분 장고하고 4로 곧장 걸친 수에서 趙9단의 변화를 느낀다. 인기품목인 '참고도'와 같은 미니중국식은 상대방의 연구가 깊어 더 이상 싫었던 것 같다. 이 포석은 전투가 필연인데 젊은이와의 끝없는 전투도 피곤하다고 생각한 듯싶다.

5의 협공에 대해 6으로부터 잘 쓰지 않는 정석을 들고나온 것도 '편한 초반'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이다. 예전 정석인데 백의 실리와 흑의 두터움이 확연하다. 趙9단은 21을 보자 깊이 장고에 빠져들더니 우상에 걸쳐갔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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