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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이국가경쟁력] “차라리 서울공화국이라 불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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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대한민국(The Republic of Korea)이라고 하지 말고 서울공화국(The Republic of Seoul)이라고 부르지요. 차라리 그러는 게 더 낫겠습니다.”

김범일(사진) 대구시장은 “지방 경제는 거의 빈사 상태에 빠져 있으며 이대로 가다가 대한민국은 국제경쟁력을 갖추기는커녕 서울과 지방의 양극화 현상으로 극심한 혼란이 올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 시장은 본지의 ‘지방이 국가경쟁력’ 시리즈와 관련한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하고 “경제를 살리려면 중앙정부 정책결정자들이 지방의 실태부터 확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시장과의 인터뷰는 지난 4일과 12일 두 차례에 걸쳐 이뤄졌다. 다음은 일문일답.

-지방이 왜 이리 어렵게 됐나.

“경제계·학계·공직·언론 등의 주요 자리를 수도권 출신이 잡고 있다. 옛날에는 서울·부산·전주·광주 등 전국에 지방 명문고가 있어 이들이 사회에 나가면 지방을 대변했다. 지금은 고교 평준화와 수도권 집중화로 수도권 출신이 모든 분야를 잡고 있다. 지방을 모르는 사람이 정책을 펴면 지방은 말라 죽게 돼 있다.”

-수도권 집중이 어느 정도인가.

“일본은 집중도가 30% 수준이다. 우리는 60%다. 게다가 금융·문화 등 전문 분야를 보면 100%나 다름없다. 인구는 줄고, 대기업은 안 온다. 서울이 ‘빨대’로 돈을 쪽쪽 빨아가는 형국이다.”

-국가 경제를 위해 수도권의 경쟁력도 중요하지 않나.

“수도권 집중의 폐해를 따져 보라. 주택난·교통난에 인건비는 또 얼마나 비싸나. 이래서는 국제경쟁력을 갖출 수 없다. 노무현 정부가 균형발전을 위해 노력했다지만 사실이 아니다. 수도권에는 LCD모니터·광섬유 등 첨단 8개 업종의 공장 신·증설을 허용해 ‘현찰’을 줬다. 대신 지방에는 혁신도시라는 ‘어음’만 끊어 줬을 뿐이다.”

-지방을 살리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금융·정보기술(IT) 등 소프트웨어산업은 수도권에 두고 섬유·기계 등 제조업은 지방으로 가져가는 빅딜(Big Deal)이 필요하다. 기업들은 요즘 ‘조금 있으면 수도권 규제가 풀리는데 우리가 왜 지방으로 가느냐’고 한다. 빅딜을 통해 제조업체들은 지방에 둥지를 틀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거기엔 국민적 합의가 필요할 텐데.

“지방 경기가 나쁜 건 대기업 유치가 안 되고, 유통·건설업이 부진해서다. 외환위기 전에 대구에 본사를 둔 청구·우방·보성주택 등 지역 건설업체의 공사 수주 금액이 5조원이었다. 지난해 대구 건설업체들의 전체 수주 금액은 2조원이다. 물가와 시장규모 등을 고려하면 이전의 10% 수준이다. 서울에서 온 대형마트 때문에 대구의 재래시장은 줄줄이 무너지고 있다. 이대로 가면서 서울이 지방을 먹여 살릴지 생각해 볼 단계다.”

-중앙정부와 얘기해 봤나.

“지난달에 국무총리실·문화체육관광부·행정안전부·대통령실을 찾아가 대구시의 주요 현안을 설명하고 지원을 요청했다. 국가산업단지 조성, 지능형 자동부품과 로봇산업 육성, 2011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지원 등 다섯 가지 현안을 설명했다. 지금 지방을 살리지 않으면 후손에게 물려줄 나라도 없다.”

대구=홍권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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