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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중견기업] 가온미디어, 셋톱박스로 6년 연속 흑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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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가온미디어의 임화섭 대표가 디지털 셋톱박스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김성룡 기자]

디지털 셋톱박스 전문기업인 가온미디어는 이달 초 경기도 성남시 야탑동의 새 사옥에 이주했다. 170여억원을 들여 지은 8층 규모의 신축 빌딩으로 창사 7년 만에 마련한 ‘내 집’이다.

임화섭(44)대표는 3년 전부터 발품을 팔아 사옥 입지를 찾았다. 또 사무실 구석구석 배치와 쓰임새도 꼼꼼히 챙겼다. 이런 그를 두고 뒷말도 없지 않았다. “회사 경영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니 ‘겉모습’에 더 신경 쓰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었다.

하지만 임 대표가 사옥 마련에 매달린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사람’ 때문이다. 임 대표는 “2001년 창사 이후 단 한 명의 핵심 연구인력도 이탈이 없을 만큼 자부심과 결속력이 강하다”며 “이들이 보다 쾌적한 일터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해주기 위한 노력”이라고 말했다. 그에겐 아픈 기억이 있다. “그간 다소 외진 경기도 성남시 인근의 한 공단에 허름한 본사를 둔 바람에 어렵게 데려온 우수 인재가 화들짝 놀라 입사를 포기한 경우도 숱하게 많았다.”

임 대표가 우수 인재에 올인한 이유는 간단하다. 창사 이래 고수해온 전략이 바로 기술·제품의 첨단화와 차별화였기 때문이다. 창업 당시만 해도 상황은 녹록지 않았다. 안으로는 100여 개가 넘는 셋톱박스 제조사들이 엇비슷한 기술로 치고받는 경쟁을 벌였다. 밖으로는 프랑스 톰슨 같은 쟁쟁한 글로벌 기업들과 버거운 경쟁을 피할 수 없었다. 차별화만이 유일한 생존책이었던 것. 당연히 업계 최고 수준의 기술진과 엔지니어가 필요했다.

임 대표는 삼성전자종합연구소 소속 엔지니어 출신이다. ‘핵심 인재 있는 곳에 첨단 기술 있다’는 법칙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실제로 이 회사는 제조업체라기보다는 첨단 기술 연구소에 가깝다. 전체 임직원 222명 중 엔지니어와 기술진이 145명이다. 직원의 3분의 2 이상이 기술개발 인력인 셈이다. 자체 공장이나 생산직 인력은 없다. 국내 두 곳과 중국·폴란드·인도·터키 등 전 세계 6개 업체에 아웃소싱 방식으로 제품을 생산해 90% 이상을 해외로 수출한다. 이런 만큼 임 대표가 연구·기술진에 들이는 공과 정성은 예사롭지 않다. 새 사옥 1층 로비와 관리·영업 인력이 일하는 8층과 5층 일부를 빼고는 건물 전체가 엔지니어와 기술진을 위한 연구동으로 사용된다. 또 사내 연구진과 엔지니어들은 어느 회사보다 해외 출장이 잦다. 이 회사 배상승 경영지원본부장은 “직급에 상관없이 적어도 해마다 5∼10회가량의 해외 출장을 간다”고 말했다.

첨단 디지털기기 전시회나 박람회, 해외 유수 기술진들이 집결하는 각종 학술회의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비즈니스와 트렌드를 외면한 ‘연구실용 기술’만으로는 어느 업종보다 변화가 빠른 정보기술(IT) 업계에서 살아남기가 힘들다는 임 대표의 신념에 따른 것이다. 해마다 임직원들은 연봉의 50~100%의 연말성과급을 받는다. 얻은 성과를 공유하자는 게 그의 취지다. 임 대표의 ‘인재 제일주의’소신은 고스란히 경영 성적표로 돌아왔다. 창사 첫해인 2001년을 빼고는 지난해까지 6년 연속 흑자를 냈다. 매출도 2005년을 기점으로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임 대표는 올해를 ‘제2의 도약기’로 삼고 있다. 하드웨어를 넘어 게임·방송 콘텐트 등 방송·통신용 소프트웨어 시장에도 도전장을 낸다. 또 5월엔 세계 최대 칩메이커인 인텔로부터 일명 ‘홈서버 칩’을 독점 공급받아 차세대 제품도 선보일 계획이다. TV는 물론 집 안의 모든 전자기기를 제어할 수 있는 컨버전스 셋톱박스다.

글=표재용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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