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레지오넬라,경각심 갖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종합병원.백화점.호텔등 유명 대형건물들의 냉각탑이 호흡기전염병을 일으키는 레지오넬라균의 온상이 되고 있다는건 심각한 문제다.보건복지부의 조사결과를 보면 6대 도시의 조사대상건물중 16.7%에서 균이 검출됐고,약4%에선 균의 농도가 위험수준을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큰 문제는 건물주도,이용자도 레지오넬라균의 위험성에 대해 무심하다는 점이다.레지오넬라균은 정기적으로 소독만 하면 손쉽게 번식을 막을 수 있다.그러나 아직도 이에 대한 경각심이 보편화돼 있지 않아 해마다 보건복지부조사에선 유명 종합병원.백화점.호텔등에서까지도 거의 빠짐없이 균이 검출되고 있다.
레지오넬라균의 위험성은 지난 84년 서울 고려병원에서 환자가집단 발생해 비로소 국내에 널리 알려졌다.당시엔 사망자가 나오기도 했다.그러나 대개의 경우는 고열.오한.두통.설사등의 증상에 그치기 때문에 여름감기나 배탈 혹은 일반 냉 방병 정도로 잘못 알고 넘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바로 여기에 문제가 있다는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레지오넬라균은 2차 감염을 일으킬 경우 치사율이 15%에 이르는 무서운 질병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당국은 표본조사에만 그칠것 아니라 건물주들이 주기적으로 냉각수.냉방기소독,필터교환등 예방조치를 하게 의무화하는 세부방역규정을 만들어야 한다.
또 레지오넬라의 위험성을 건물주를 포함한 일반 국민에게 널리 알려 경각심을 갖게 해줘야 한다. 가정의 에어컨.가습기.샤워꼭지등 수분이 괴어 있는 곳에선 어디에서도 번식할수 있는것이 레지오넬라균이다.
보건복지부의 조사대상은 일부 유명 대형건물에만 한정되었지만 요즘엔 웬만한 규모의 건물은 거의 예외없이 중앙집중식 냉방시설을 갖추고 있다. 표본조사결과로 미루어 볼때 조사대상이 되지 않았던 건물의 위생상태도 능히 짐작할수 있다. 냉각탑.냉각수.
냉방장치등은 반드시 주기적인 소독과 필터등 부품교체를 해야하는것으로 인식될 때까지 계몽과 단속을 되풀이해야 한다. 이는 더 흔한 일반 냉방병을 줄이는데도 도움이 될수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