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共 前실세들 6천~7천억예금 금융계 "끈질긴 소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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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전직 대통령을 비롯한 5,6共 정치권 실세(實勢)들의 거액 자금이 차명(借名)내지 가명(假名)으로 금융기관에 예금돼 있다는 소문은 실명제 시행(93년8월12일)직후부터 끈질기게 나돌았다. 물론 정확한 액수는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이같은 소문은금융계에선 이미 「알려진 비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이를뒷받침하듯 93년 9,10월께 몇몇 은행에는 국세청의 특별조사팀이 나와 사실 여부를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물론 이 과정에서 전직 대통령들의 자금이 얼마나 확인됐는지는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고 있으며 국세청은 조사사실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당시 국세청 특별조사팀은 전직 대통령의 비자금 성격 예금이 6천억~7천억원 정도로 추정돼 조사중이라는 이야기를 했다고 한 금융계 관계자는 전했다.
이들 조사팀은 일부 상호신용금고에 대해서도 조사를 한 것으로알려졌다.조사팀은 사정(司正)차원이라며 사정팀과 함께 비밀리에계좌 추적 조사까지 벌였다.
당시 조사대상에 오른 예금은 일반 개인 명의는 많지 않았으며,금은방과 같은 자영업자와 소규모 기업의 사업자등록번호로 가입한 금전신탁과 같은 예금이 대부분이었다고 某시중은행 관계자가 전했다. 이들 예금은 舊정치권과 교분이 있으며 믿을만한 임원과차장급 담당 직원만이 알고 「특별관리」할 정도로 철저한 보안속에서 이뤄졌다는 것.특히 법인 이름을 빌려 예금한 경우 이들 기업의 이름으로 대출이 이뤄진 은행을 피해 다른 은행이 나 제2금융권 기관중 최대한 여러 곳에 분산시켜 예금을 든 것으로 금융계에서는 분석하고 있다.
금융계에서는 또 이들 자금이 지난 93년말부터 끈질기게 나돌고 있는 「怪자금」과 무관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명제 실시 직후부터 올 봄까지 많은 대.중견기업들은 여러 곳에서 『수천억원에서 1조원의 돈을 연 5%의 낮은 금리로 장기간 빌려주겠다』는 제의를 받았는데,이 돈의 출처가 舊정치권 실세들이 숨겨놓은 자금이라는 것이다.즉 전두환(全 斗煥).노태우(盧泰愚)씨등전직 대통령들이 실명제로 인해 숨겨놓은 자금이 묶이게 되자 기업이란 안전판을 이용해 안전하게 세탁(洗濯)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었다.
돈이 필요한 기업등에 장기저리의 조건으로 돈을 빌려주면 이들은 마치 이 돈이 자신들의 소유인 것처럼 실명(實名)확인을 할것이므로 나중에 안전하게 돌려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이 과정에서 자금을 중개하는 브로커(대부분 사채업자)들은 주로 나중에 돈을 돌려받는데 문제가 없을만한 중견 또는 대기업에 의사를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 가을 정기국회에서는 정부가 대금업(貸金業)법을 검토하겠다고 하자 일부 야당의원들이 『정부가 사채시장에 숨어있는 전직대통령들의 자금을 양성화시켜주고 화해를 도모하기 위한 것 아니냐』고 주장한 것도 이같은 소문과 맥을 같이 한 다.
그러나 이 소문이 계속 확산되자 사정 당국에서 사채시장에 대한 조사를 했으며 이 과정에서 舊 정치권 자금에 대한 단서가 잡혔고 국세청등이 금융기관에 확인 조사를 나갔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물론 현재로서는 이같은 소문이 얼마나 정확한지 여부에 대해 어느 누구도 자신있게 확인해주지 않고 있다.
〈梁在燦.吳泳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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