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아쟁점과흐름>14.북한 연구방법 3.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5면

송두율 독일 훔볼트大교수가 최초로 제안한 북한사회에 대한 「내재적 접근법」과 그것을 둘러싼 국내에서의 논쟁은 그때까지 이어져 오던 반공주의적 북한이해를 극복.청산하는데 일정하게 기여했다. 송교수가 말한 「내재적 접근법」이란 북한사회에 접근할 경우 자본주의나 자유주의적 가치척도에 의존해서는 안되며 사회주의 자체의 이념과 논리에 따라 분석해야 한다는 것이다.그러나 송교수의 이 방법론에는 곧 강력한 비판이 제기된다.
서강대 정외과 강정인교수는 『역사비평』94년 가을호에 기고한「북한연구 방법에 대한 새로운 제언」에서 송교수의 「내재적 접근법」이 북한현실에 대한 인식을 오도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강교수의 비판요지는▲현재 북한이 처한 심각한 식량위기,북한사회의 비민주적 현상은 젖혀둔 채 긍정적인 측면만을 부각시키는 동시에▲오늘날 사회주의 개혁 및 붕괴를 설명하는데 이 방법론은전혀 무기력하다는 것이었다.
강교수는 이러한 결과가 양 접근법을 기계적으로 분리해 편협하게 이해함으로써 사실상 좌우 이데올로기 대립으로 치환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이러한 분석에는 「외재적 접근법」이 꼭 자본주의-자유주의적 가치에 입각한 것이 아닌 것처럼 「내재적 접근법」도 반드시 사회주의적 가치기준에 따를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함축돼 있다.강교수는 내.외재적 방법이 현상의 다원성을 해명하는 데 서로 보완적일 수 있기 때문에 양 접근법을 적절히 배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송교수는 최근 펴낸 자신의 저서『역사는 끝났는가』(당대출판사)에 「북한연구에서의 내재적방법론 재론」이라는 글을실어 강교수를 반박하고 있다.반론의 핵심은 「내재적」을 「외재적」의 반대말로 이해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것.
「내재적(immanent)」이라는 용어를 칸트에서 차용한 것임을 밝힌 그는 「내재적 접근법」이 경험에서 출발하되 그 경험과 그 사회의 「이념」의 긴장관계에 주목한 비판적 방법임을 강조한다. 독일학자들이 올바른 전망을 지니지 못함으로써 독일통일과 통일 이후 등장한 문제에 전혀 속수무책이었던 점을 지적하면서 그는 「북한에 대한 자의적 이해」를 벗어날 것을 다시한번 주문하고 있다.
이 논쟁은 그간 아무도 입증할 수 없기 때문에 자의적 해석이가능했던 북한연구를 일종의 지역연구로 「과학화」할 필요성이 있다는 점을 새삼 환기시켰다.그러나 서로의 입장차이만 드러낼 뿐각 접근법에 따른 실증적 결과를 내놓지 못했다 는 아쉬움이 있다. 「실증」자체가 불가능한 북한사회연구가 성과있는 결과를 내기위해서는 북한문헌에 대한 문헌학적 연구의 개발이 필요한 것은물론 북한을 포함한 분단체제의 형성과정,근대성의 실현 등 현재쟁점이 되고 있는 여러 사회과학적 주제와 관련해서 도 논의의 폭을 넓혀나가야 할 필요가 있다.
金蒼浩〈本社전문기자.哲博〉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