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TV가 우리 사랑 맺어줬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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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 16일 KBS KOREA의 토크쇼 '김동건의 한국, 한국인'에 출연해 녹화하고 있는 정범진(左) .이수영씨.

수백억원의 재산을 가진 미모의 여성 사업가가 방송에 출연한 장애인 남성을 보고 반해 우여곡절 끝에 결혼에 이른다. 이 드라마같은 이야기를 실화(實話)로 만든 벤처 사업가 이수영(李秀煐.39.여)씨와 재미교포 부장검사 정범진(미국 이름 알렉스 정.37)씨가 16일 TV에 출연해 자신들의 '특별한 만남'에 대해 털어놓았다. (본지 1월30일자 9면) 출연 프로그램은 자신들을 '맺어준' KBS KOREA(KBS의 위성 채널)의 토크쇼 '김동건의 한국, 한국인'.

정검사가 이 프로에 출연한 것은 2002년이었다. 당시 그는 방송에서 "가족을 갖고 싶다"고 말했고, 李씨가 이 장면을 우연히 보면서 사랑이 시작됐다.

"정말 신기하죠. 그날 따라 평소보다 일찍 집에 들어갔는데 마침 TV에서 이 프로를 봤어요. 그때 그의 한마디 한마디가 가슴 깊숙히 와 닿았어요. 사람도 너무 착해보였고요."

李씨는 한눈에 정검사에게 반했다고 했다. 얼마 뒤 그는 프로의 진행자인 김동건 아나운서를 통해 정검사를 만나고 싶다는 의사를 전했지만, 그 때는 일이 잘 풀리지 않았다.

그러나 사랑을 전할 기회는 우연을 타고 왔다. 李씨가 잡지에서 정검사의 사진을 오려 사무실 벽에 붙여놓은 것을 본 한 기자가 李씨가 정검사를 마음에 두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를 썼다. 당황한 李씨는 "기사가 나가서 미안하다"는 내용의 e-메일을 정검사에게 보냈는데 뜻밖에도 "한번 만나자"는 답장이 왔다. 결국 지난해 8월 미국 뉴욕에서 처음 만난 두 사람은 그해 크리스마스 이브에 결혼을 결심했다. 결혼식은 오는 10월 한국이나 미국에서 올릴 예정이다.

정검사는 "프로포즈를 할 때 수영씨가 반지를 받은 채 2분 가량 아무 말도 안해 가슴이 터질 것 같이 두근거렸다"며 "지금은 부모님들 상견례도 마치는 등 결혼 준비를 착착 진행 중"이라고 했다.

李씨는 "최근 새로 사업을 시작했기 때문에 한동안 서울과 뉴욕을 오가며 살아야 할 것 같다"면서 "2년반 정도 지난 뒤 사업이 본 궤도에 오르면 미국으로 건너가 함께 살 계획"이라고 말했다.

세종대 무용학과 출신인 李씨는 2000년 5월 온라인 게임업체 웹젠을 공동창업한 뒤 2001년 온라인 게임 '뮤'를 상용화해 리니지와 함께 대표적인 온라인 게임으로 키운 경영인이다. 웹젠 주식 388억원 어치를 갖고 있으며, 올 1월 인터넷 업체인 이젠을 창업했다.

정검사는 불의의 교통사고로 허리 아래가 마비되는 장애를 딛고 뉴욕 브루클린 지방검찰청 부장검사의 자리까지 올라간 강한 의지력의 소유자다. 두 사람이 출연한 토크쇼는 오는 22일 오후 2시와 오후 10시(KBS KOREA), 26일 오후 4시5분(KBS-1TV)에 볼 수 있다.

주정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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