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發 전세계 테러 비상] "부시, 강력한 동맹 잃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6면

스페인 열차 폭파사건의 파장은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에게도 몰아닥쳤다.

백악관 스콧 매클렐런 대변인은 15일 "부시 대통령은 스페인의 호세 루이스 로드리게스 사파테로 신임 총리에게 축하전화를 했다"면서 "양국 정상은 테러와 맞서 싸우기 위해 협조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사파테로 신임 총리의 발언 때문에 부시 대통령은 체면을 완전히 구겼다. 그가 "이라크전은 재앙이다. 부시 대통령과 블레어 총리는 반성하고 자기비판을 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비난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어떤 서방 지도자도 부시 대통령에게 그토록 노골적인 비난을 퍼부은 이는 없다.

워싱턴 포스트는 "부시 대통령은 가장 강력한 동맹을 하나 잃고 새로운 비판자를 얻게 됐다"고 보도했다. CNN도 "스페인 총리 교체가 앞으로 부시 대통령의 외교정책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지 계산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공교롭게도 스페인 총리의 발언은 민주당 대통령 후보인 존 케리 상원의원이 "일부 외국 지도자들이 부시 대통령의 재선을 희망하지 않는다"고 말한 직후에 나와 부시 대통령 측을 더욱 아프게 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케리 의원은 15일 부시 대통령이 9.11 테러 참사와 대테러전 승리를 정략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면서 강력하게 비난했다. 뉴욕 타임스와 CBS의 가장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상당수의 미 유권자들이 '대(對) 테러전은 부시 대통령이 케리보다 낫다'고 보는 것으로 확인됐다. 따라서 케리 의원으로선 부시의 마지막 보루 같은 '대테러전 승리자'란 이미지에 타격을 가해야 하고 여기에 스페인 총선 결과는 안성맞춤의 무기이기 때문이다.

워싱턴=김종혁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