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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충남 단체장들, 선진당 태풍에 ‘당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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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자유선진당 심대평(오른쪽 첫번째) 대표를 비롯한 4.9 총선 충청지역 선진당 당선자들이 10일 오전 국립대전현충원을 찾아 참배를 위해 현충탑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제18대 총선 결과 대전·충남에서 자유선진당이 압승했다.

반면 한나라당은 충청권에서 단 한 석(충북 제천·단양)을 얻는데 그쳤다.이로인해 대전·충남지역 대다수를 차지하는 한나라·민주당 소속 광역·기초자치단체장들과 지방의원들의 입지를 크게 좁혀놨다. 자치단체장·지방의원들은 앞으로의 정국흐름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입지를 놓고 고심에 빠졌다.강원도 역시 한나라당이 참패하고 무소속 돌풍이 불었다.

◇대전·충남=선진당 바람이 너무 강했다. 전체 16석 중 13석을 휩쓸었다. 때문에 총선에서 영향력을 보여 준 이회창·심대평 쌍두마차의 행보에 따라 지역정가가 한바탕 홍역을 치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2010년 지방선거를 2년여 앞두고 자치단체장·지방의원들의 거취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지방선거 때 공천권을 쥐고 있는 현역의원의 도움이 없이는 승리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차기 지방선거를 의식한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의 현역의원 줄서기가 현실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전은 박성효 시장을 비롯해 가기산 서구청장·이은권 중구청장·이장우 동구청장·정용기 대덕구청장·진동규 유성구청장 5개 구청장 모두가 한나라당 소속이다. 이 중 3선의 가 청장을 제외하고 박 시장과 4명의 구청장은 차기 지방선거 출마가 유력해 이들이 행보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충남도 이완구 도지사와 성무용 천안시장·유상곤 서산시장·임성규 논산시장·김무환 부여군수 등이 한나라당 소속이다. 자유선진당 관계자는 “2006년 5.31 지방선거 때 당선된 한나라당 소속 상당수 지방의원들이 아직 입장표명을 자제하고 있다”며 “그러나 이번 총선에서 한나라당 세가 크게 위축된 데 따른 위기감을 갖고 있어 머지 않아 거취를 결정하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충북=충북은 대전·충남과 같은 충청권이면서도 자유선진당 바람은 불지 않았다.

민주당 공천에서 탈락,선진당 옷을 갈아 입고 출마한 이용희(보은·옥천·영동) 후보 한 명만 당선됐다.

이 후보의 당선은 선진당의 바람몰이 보다는 40여 년 갈고 닦은 개인의 탄탄한 조직력 때문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있다.

지난해 대선 당시 정동영 후보가 호남을 제외하고 유일하게 1위를 차지했던 곳이 이 후보 ‘관할구역’인 보은이었던 데서 알 수 있다.

충북도 한 도의원은 “호남고속철도 유치를 놓고 천안과 치열한 경쟁을 벌였던 것 처럼 충북은 지역 현안과 관련해 대전·충남과 동반자이면서도 경쟁하는 관계”라며 “국중당이나 선진당이 여전히 ‘충청도 정당’을 내세웠지만 충북도민들은 대전·충남을 대변하는 정당으로 인식할 뿐 ”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더 이상 충북과 대전·충남을 충청권으로 한데 묶어 표심을 분석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덧붙였다.

충북 유권자들은 ‘안정론’을 내세운 한나라당을 철저히 외면했다.겨우 송광호(제천.단양)후보만이 당선됐다.

때문에 한나라당 소속인 정우택 도지사와 당선자들과의 관계에 대해 우려를 하는 목소리가 높다.

도 관계자는 “국고 확보가 걱정되는 것은 사실”이라며 “참여정부 때에는 충북의 지역구 의원 8명 모두 여당이고 이들이 알게 모르게 뛰어준 덕분에 예산을 확보하기가 용이했다“고 말했다.

청주 상당구의 홍재형(민주당) 당선자는 ”한나라당 자치단체장 등과 엇박자가 나지 않도록 서로 협력해 가며 지역 이익을 대변하겠다“고 말했다.

◇강원= 강원 영동지역에 무소속 벨트가 형성됐다. 강릉 최욱철 당선자를 비롯해 동해-삼척 최연희 당선자, 속초-고성-양양 송훈석 당선자가 모두 무소속이다. 이들이 영동지역을 점령하면서 강원도 전체 8석 가운데 한나라 3석, 민주 2석, 무소속 3석으로 총선지도가 전국의 여대야소(與大野小) 흐름과는 다르게 형성됐다. 무소속 당선자의 행보에 관심이 가는 이유다.

지난 17대 탄핵돌풍에도 6석을 차지했던 한나라당으로서 이번 총선은 참패했다는 게 지역정가의 평가다. 강원도내 한나라당의 지지도가 50%를 넘나드는 상황에서 이 같은 결과가 나타난 데 대해 지역여론을 무시한 공천과 함께 선거 막판 인물론이 부각됐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지역구 관리는 물론 의정활동을 열심히 한 것으로 평가 받은 최연희, 이광재(민)의원이 무난히 당선됐기 때문이다.

이 같은 흐름과 함께 강원도내 당선자들의 중량이 무거워져 효율적인 의정활동이 기대된다. 철원-화천-양구-인제의 이용삼(민) 당선자와 최연희 당선자가 4선, 송훈석, 최욱철 당선자 3선, 춘천 허천(한), 원주 이계진(한), 이광재 당선자가 재선으로 초선은 홍천-횡성의 황영철(한) 당선자뿐이다. 17대에는 3선 1명, 재선 1명에 6명이 초선이었다.

이찬호·서형식·신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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