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검찰과 경찰,왜 이러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구속영장을 기각한 판사에게 몇차례나 감정 섞인 항의전화를 건검찰이나 집단폭행당하는 구청장을 수수방관한 경찰의 처사는 가볍게 보아 넘길 일이 아니다.
법관의 영장심사는 엄연한 하나의 재판이다.그러므로 재판 결과에 불만을 품고 법관에게 전화를 걸어 항의하는 것은 재판의 독립을 침해하는,어느 누구도 해서는 안되는 일이다.오죽했으면 법률 전문가인 검사가 그런 일을 했을까 싶기도 하지 만 어떤 이유로든 용납될 수 없는 행위다.
범행을 부인하는 피의자와 한달이 넘도록 씨름하다 어렵사리 혐의점을 찾아내 청구한 구속영장을 짧은 시간의 기록 검토만으로 기각해버리는 법관을 보는 검찰의 시선이 고울 수만은 없을 것이다.그러나 경찰에서 신청한 구속영장을 검찰이 재수 사토록 지휘했다고 해서 경찰 간부가 몇번씩 항의전화를 했다면 담당검사의 기분이 어떻겠는가.물론 검찰의 지휘를 받는 경찰과 달리 검찰이법원의 지휘 체계에 들어있지는 않지만 검찰과 법원은 행정부와 사법부로 소속이 다르다는 점도 간과해 선 안된다.
검사와 판사는 자타가 공인하는 우리 사회 최고의 엘리트 집단이요,사회지도층 인사들이다.사법연수원 동문들인데다 업무 성격상가깝게 지낼 수는 있겠지만 그럴수록 훨씬 더 상대의 영역을 존중하고 예의를 지켜야 하지 않겠는가.이들이 서로 자존심 다툼을하는 듯한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이는 것은 양쪽 모두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일이다.
또 서초구청장 집단폭행사건 현장에 있었던 경찰들은 도대체 무엇을 했는지 답답하다.3백m 거리에 전경 3개 중대가 있었고,사건이 일어난 구민회관 안에도 10여명의 형사가 있었으면서도 구청장이 그 지경이 되도록 방관한 것은 바로 직무유 기나 다름없다.무엇을 하기 위해 경찰을 그 자리에 배치했는지 묻고 싶다.범죄나 사고의 예방도 경찰의 기본 업무인데 그 자리에 있던 경찰은 사전과 사후 모두 업무를 제대로 못해낸 것이 분명하다.
검찰과 경찰은 법집행을 통해 나라의 기강을 바로잡고,국민의 재산과 생명을 보호하는 것이 기본 임무다.그러므로 검.경찰은 새롭게 자세를 가다듬어 국민들에게 신뢰를 쌓도록 노력해야 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