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체통 찾기 힘들어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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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우체통(사진)을 찾기가 쉽지 않네요." 회사원 최모(26.여.대구시 수성구 범물동)씨는 얼마전 겨울 휴가 때 찍은 사진을 친구에게 보내기 위해 골목길을 헤매다 300여m떨어진 동네 우체국에서 편지를 부쳤다.

그는 "예전엔 골목길에서 우체통을 쉽게 볼 수 있었지만 요즘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며 서운해 했다. 우체통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인터넷 e-메일이 보편화한 데다 문자 메시지와 화상을 보낼 수 있는 첨단 휴대폰이 널리 보급되면서 우편물이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경북체신청에 따르면 지난해 1월 말 1990만건이던 우편물이 지난 1월 말에는 1560만통으로 21.6%줄었다.

이에 따라 우체통 수도 2002년 말 6009개에서 지난해 말 5561개로 한해 사이에 7.5%가 줄었다.

체신청이 지난해 10월 전체 우체통의 빠른 우편과 보통 우편 등 일반 우편물을 조사해 30통 이하인 우체통을 대대적으로 정리한 탓이다. 체신청은 조사결과 도심과 기존 아파트 단지 주변의 우체통 이용률이 크게 낮았다고 설명했다. 경북체신청의 이도희 우편물류 담당은 "수거 인력이 달리는 판에 이용률이 극히 낮은 우체통을 그대로 둘 수 없었다"고 말했다.

우편 물량이 급격하게 줄어든 것은 월 100만건이 넘는 KT의 전화요금 납부 고지서 접수.발송 업무가 부산체신청으로 넘어간 것이 큰 원인이라고 관계자는 말했다.

여기에다 직장이나 단체의 무료 휴대폰 문자 메시지 서비스가 확대되면서 우편물의 양이 크게 감소했다는 것이다.

우체통의 구조조정에 볼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우체통이 줄면 이용자들이 불편할 뿐 아니라 편지 쓰는 사람도 더욱 줄어들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용자들은 "우체국이 택배 등 돈 되는 사업에는 매달리면서 우편 서비스의 개선에는 별 관심이 없는 것 같다"고 지적한다.

이에 대해 경북체신청 측은 "주민들의 요구에 달서구.북구 등의 새로 생긴 아파트 단지에는 우체통을 추가로 설치하고 있다"며 "이용자의 편의를 위해 배치 장소를 조정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대구.경북지역에는 33개의 우체국과 간이 우편취급소 등 모두 412개의 우체국에서 우체통을 관리하고 있다.

홍권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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