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 “북핵 신고 최종결과 시간 더 필요”

북핵 6자회담의 미국 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차관보는 9일 오후 베이징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8일 싱가포르에서의 북·미 협의에서 최종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지만 중요한 장애물은 없어졌다”며 “최종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에게 보고하고 국회 청문회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며 “북핵 신고 문제를 완료하기 위해 더 논의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 측 수석대표인 천영우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도 이날 베이징에서 기자들에게 “북·미 양측이 국내적으로 승인 받아야 할 부분과는 별도로 추가 협의를 해야 진전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힐 차관보의 발언은 전날 북한 측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과의 회동 결과에 대한 미 행정부의 최종 승인이 나지 않았음을 시사한 것이라고 6자회담 소식통은 풀이했다. 이와 관련, 한국 정부의 6자회담 소식통은 “북·미 대표가 큰 틀에서의 해결방안에 의견 일치를 본 만큼 양측 정부가 승인을 거부하는 등의 사태는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다만 승인을 받은 이후에도 6자회담 재개를 위해서는 부수적인 조치와 세부 절차를 더 협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조선중앙통신 기자와의 문답을 통해 싱가포르에서 열린 북·미 회담을 소개하면서 “미국의 정치적 보상조치와 핵 신고 문제에서 견해 일치가 이룩됐다”고 말했다. 외무성 대변인은 “이번 싱가포르 합의는 조·미 회담의 효과성을 그대로 보여주었다”고 밝혔다. 북한이 ‘합의’라는 용어를 사용한 것은 싱가포르에서 마련된 핵 신고 해법에 대한 만족감과 승인 의사를 표명하고 미국의 테러지원국 해제 조치 이행을 촉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예영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