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주식회사 대장정] 10. 中 대학벤처의 성공神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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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1999년 장쩌민(江澤民)당시 국가주석이 둥롼을 방문했다. 그는 류지런 회장의 안내를 받아 공장을 견학하면서 "중국에 이런 기업도 있구나"라고 감탄을 거듭했다.

이어 "나도 이 회사에 취직해 종업원으로 일하고 싶다"며 "중국의 자랑"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江주석에게서 이런 칭찬을 들은 둥롼은 '대학 실험실 창업기업'이다.

중국 북방의 명문대학인 선양시 둥베이(東北)대의 컴퓨터공학과 교수이던 劉회장이 91년 동료 교수 두명과 함께 이 대학 컴퓨터 엔지니어링 연구실에서 창업했다. 영문 사명이 'Neu Software'인 것은 이 때문이다. 'Neu'는 둥베이대(North-East University)의 영문 약자다.

당시 3만위안(4500만원)의 자본금과 컴퓨터 3대로 출범했다. 이후 일본 소프트웨어 회사인 알파인이 자본과 기술을 대면서 급성장하기 시작했다. 소프트웨어기업으론 최초로 96년 상하이 증시에 상장했으며, 이때 劉회장은 알파인 지분을 인수해 오너가 됐다.

그는 중국 최초의 컴퓨터 전공 박사로 알려졌다. 둥베이대 전자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한 후 미국 컴퓨터연구원에 연수를 다녀왔으며, 박사학위는 87년 둥베이대에서 받았다. 劉회장은 '관리'란 말을 싫어한다고 둥롼 측은 밝힌다. 직원들이 잘못해 처벌받는 일은 거의 없으며, 가급적 사람을 격려하고 발전시키는 것이 둥롼의 경영철학이라는 것이다.

그는 또 비유해 말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직원들에게 "앞줄에 있다면 총을 쏴 사냥감을 맞힐 수 있지만, 뒷줄에 서 있으면 아무것도 잡을 수 없다"고 종종 말한다. 세계 일등이 못되면 기업이 성장할 수 없다는 의미다.

또 2년 전엔 본사 빌딩 앞에 구리로 만든 소 동상을 설치했다. "성실하게 살아야 하며, 지나치게 트렌드를 따라가선 안 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서다. 소프트웨어 기업에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인재상이지만 劉회장은 이런 인재를 원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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