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古里오염 의혹 낱낱이 밝혀야 신뢰 회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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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고리 원전의 방사성 폐기물 이송로 주변 오염사건과 이를 다루는 우리의 자세는 몇가지 문제를 생각해 보게 한다.
첫째로 안전에 대한 인식과 책임의식의 문제다.
원전 운영절차는 방사성 폐기물을 채운 드럼은 외부표면을 세척하고 오염을 검사한 다음 운송하도록 되어 있음에도 이런 사건이발생했다는 것은 절차가 지켜지지 않았음을 방증한다.
수년전 고리원전 주변 쓰레기 매립장에서 방사성 오염물이 발견된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원인은 감독체계의 미흡도 있겠지만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일선담당자의 태만과 안전의식 부족이다.
다행히 이번 오염사건은 원전 부지안에 국한되고 출입자의 피폭량도 경미한 것이었다.
그러나 근래 우리 사회 구석구석에서 터지는 대형사고의 예를 보더라도 사고는 관련된 개개인의 안전무시 풍조가 절묘하게 조합될 때 발생하는 것이다.
모두가 심기일전,안전의식을 추스를 때다.
사고에 접해 다른 사람이나 제도를 비난하기 전에 위험불감증에젖어 공범이 되고 있는 자신을 소스라치게 돌아보자.
원자력 사고가 우리를 기다리는 또 다른 참사가 되어서는 안된다. 둘째로 원자력이나 방사선에 대한 대중매체의 과민반응 문제다. 사안의 심각성 여부와 관계없이 민감하게 다룸으로써 침소봉대하거나 불필요하게 민심을 자극한다.이로써 원자력 관련 사회적마찰이 심화하고 결국은 귀중한 재화나 인력의 불합리한 낭비를 초래한다.
부조리의 고발이 언론의 사명이고,대중의 구미를 맞추는 것이 대중매체의 생리임을 인정하더라도 불합리한 여론화의 피해를 감안하는 신중함과 불편부당함이 필요하다.
무리한 채찍은 말을 죽인다.
셋째로 신뢰의 손상과 회복의 문제다.
연유야 어떻든 이번 사건도 원자력 사업자나 규제기관의 신뢰성에 손상을 주었다.
신뢰가 원자력에 대한 국민이해의 핵심인 만큼 은폐나 축소의혹을 받지 않으려면 사고의 전말을 정규보고서로 만들어 유관기관에배포하는 제도가 꼭 필요하다.
이로써 대내적으로는 재발방지의 교훈이 되게하고 대외적으로는 공연한 의구심 증폭을 방지할 뿐만 아니라 안전의 투명성을 보임으로써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물론 외부에까지 위협이 될 때는 정보가 적시(適時)에 파급되고 체계적 비상대응이 뒤따라야 한다.신뢰없이는 원자력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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