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조류인플루엔자 방역 허점이 많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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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김제에 이어 정읍에서도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발생이 확인되는 등 AI 피해가 확산되는 모습이다. 가뜩이나 사료값 폭등으로 고통받는 가금류 사육농가의 경제난 가중이 우려된다.

방역 당국은 사육지 가금류를 모두 살(殺)처분하는 등 확산 방지에 힘을 쏟고 있지만 보고 지연 등 초기 대응과정의 허점이 곳곳에서 드러나 뒷북 행정의 비난을 면키 어렵게 됐다.

김제시의 경우 양계농가의 집단폐사 신고도 늦었지만 신고를 접수한 전북 방역담당 부서의 대처도 안이했다. 상부에 보고하지 않고 무려 하루 반나절을 미적거리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뒷북 대응에 나섰다. 보고 지연의 원인은 농림수산식품부가 제공했다. ‘봄철 AI 발생 가능성이 낮다’는 이유로 2월 말 ‘특별방역기간’을 성급히 해제한 것이다. 그러나 지난해 3월에도 천안에서 AI가 발생한 일이 있어 부적절한 대응이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AI 문제로 전 국민이 불안에 떨었던 게 불과 2년 전인데 방역체제는 당시에 비해 크게 개선된 게 없다. 감사원의 ‘AI 인체 감염 관리실태 감사 결과’를 보면 정부는 세계보건기구의 권고에 따라 기본방역계획만 수립했을 뿐 아직 환자 처치 등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세우지 않고 있다. 기초자치단체들은 아예 기본방역계획조차 없다. 선진국들은 인체 감염 치료제를 인구 대비 20~25% 비축하고 있지만 우리의 비축 비율은 지난해 말 현재 고작 2%에 불과하다.

AI는 비록 가금류를 가열해 먹을 경우 인체 위험이 거의 없다고 하지만 여전히 진상이 제대로 파악되지 않는 인수(人獸) 공통 전염병이다. 국내에선 아직 피해자가 없지만 세계적으로는 2003년 이후 238명이 사망할 정도로 치사율(63%)도 높다. 식품 안전에 관한 한 최선의 정책은 예방이다. 한국이라고 언제까지 AI의 인체 피해 무풍지대라는 보장이 없다. 국제기준에 맞춰 예방의료체제를 갖추고, 비상시 방역체계가 제대로 작동하도록 시스템 보완에 힘을 쏟을 때다. 또한 만일의 인체 전염에 대비해 방역작업 참가자들에 대한 위생관리에도 만전을 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