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시조백일장>7월 심사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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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문학은 우리시대 삶의 모습과 현실을 반영하는 거울이다.시조의문맥 속에는 오늘의 삶의 이야기가 생생하게 배어 있어야 하고,우리가 몸 비비고 사는 당대의 정서가 녹아 있어야 한다.
우리의 시문학은 아직도 서구적 발상법이나 표현방법론의 테두리를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실정이다.우리 문화의 전반적인 흐름이그러하지만 특히 시문학의 경우 이제 외국 것에 대한 추종에서 자립으로,이론의 수입에서 생산으로 그 방향을 돌 려야 할 것이다.이런 관점에서 우리의 숨결, 우리의 정신이 담긴 시조 문학이 재조명돼야 한다고 본다.
이번달의 「중앙시조 지상백일장」마당은 질적으로나,양적으로나 풍성한 수확을 거두어 심사를 맡은 두 사람은 시조 읽기의 즐거움을 한껏 누리게 됐다.이용재의 『마곡사 견문기』외 12편,김종대의 『호수』외 6편 말고도 백한빛.원금호.송재 하등이 4,5편의 시조 묶음을 한꺼번에 보내와 「중앙시조 지상백일장」의 뜨거운 열기를 가늠할 수 있었다.
장원 자리에 오른 천세진의 『思鄕』은 결코 서두르지 않는 차분한 보법(步法)을 유지하면서도 그 속에서 감성의 인광(燐光)이 번득이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요즈음 현대시에 나타나는 난해성이나 애매모호성,어법(語法)을 무시한 서술방 식 등을 한단계 뛰어넘은 이 작품은 시조의 문맥속에 이야기가 담겨 있고,에스프리가 녹아 있어 읽는 즐거움을 만끽하게 했다.
『문무왕을 떠올리며』(차상)를 투고한 서희자씨는 언어를 다루는 용병술(用兵術)이 탁월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한 편의 시조속에 역사 의식을 중첩시켜 중층구조 효과를 거둔 이 작품은 3수 1편으로 이루어져 있었으나 둘째수를 삭제했다 .「國史」「수중릉」「님의 뜻」등 역사적 사실에 대한 골격이 너무 드러나면 문학적 「울림」이 약화되기 때문이었다.
차하를 차지한 최낙도씨의 『뻐꾸기』역시 2수로 마무리된 작품이었으나 첫째 수만을 취하기로 했다.
입선작으로 뽑은 최현씨의 『달에 관한 보고서』와 이용재씨의 『마곡사 견문기』는 이지적 몸짓을 취하고 있는 시,즉 주지주의색채를 띤 시조였다.주지주의 시가 빠지기 쉬운 함정인 「언어의유희」를 경계했더라면 이들 작품은 한결 돋보였 을 것이라는 아쉬움을 남겼다.
정정자씨의 『찔레꽃』과 이찬행씨의 『까마귀』는 순도 높은 서정성을 아우르고 있는 시조였다.목청만 높고 알맹이(사상성)는 없는,오염된 현대시에 식상한 우리들에게 신선한 감흥을 맛보게 했다. 『시조예찬』등 여섯편의 단수를 보내온 김일용씨의 작품 가운데 세편을 뽑았다.걸쭉한 입담과 재치를 겸비한 이 작가는 이제 단수에 매달릴 게 아니라 사설시조와 같은 호흡이 긴 작품을 가지고 승부를 거는 것이 유리할 것같다는 생각이 들 었다.
이 밖에도 한성숙.김윤식.박철희.송혜정.손상철씨등 그 이름을 다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공들인 작품을 보내온 예비 시조시인들이 많았으나 절차탁마의 다음작업에 기대를 걸기로 했다.
〈심사위원 尹今初.柳在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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