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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안에 본전 만회 어렵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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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호 32면

#선택1. ‘황소의 눈(Bull’s Eye)’이 돌아왔다. 과거 미국에선 주가가 실적에 비해 15배 수준일 때 매입하면 수익률이 으뜸이었다. 그래서 주가수익비율(PER) 15배는 적중을 뜻하는 황소의 눈으로 불렸다. 지금 중국 증시가 이렇다. 지난해 가을 최고점에서 60배였던 PER은 20배 안팎으로 낮아졌다. 역발상으로 보면 지금 같은 하락기가 투자의 적기라는 얘기다.

투자자 ‘2大 궁금증’ ②中國 증시 어디로 가나

#선택2. 급락하는 상하이 증시가 결국 제자리로 돌아왔다. 꼭 1년 만이다. 투자자들은 억장이 무너진다. 한국 증시를 비롯해 세계 증시는 회복세를 탄다. 급락장을 참고 기다린 보람이 있다. 그런데 유달리 중국 증시만 계속 허우적거린다. 도쿄 증시와 나스닥 증시의 거품 몰락기가 떠오른다는 탄식까지 나온다. 지금이라도 탈출 버튼을 눌러야 하는 걸까.

중국펀드 투자자들이 기로에 섰다. 누구 말을 믿어야 할지 영 헷갈린다. 나침반이 절실하다. 화두로 떠오른 비유통주 악재를 비롯해 상하이지수의 추락세를 일찌감치 예견한 한화증권 최영진 상하이사무소장의 말을 들어봤다

-급락의 원인은 무엇인가. 그동안 묶여 있던 다샤오페이(大小非), 즉 비유통 주식이 쏟아지면서 주범으로 지목되는데.

“중국 증시의 급락 원인은 투자심리 악화 탓이다. 물론 비유통주 해금(解禁) 물량이 3월에 정점을 이룬 데다 평안인수보험 같은 대형 블루칩의 증자 발표가 단초를 제공하긴 했다. 하지만 최근 급락세는 정부의 강력한 긴축 의지와 물가관리에 따른 제품 값 상승의 어려움, 위안화 절상으로 악화하는 수출 채산성 등이 얽히면서 나타났다.”

-고강도 긴축이 태풍의 눈이라는 얘기인가.

“꼭 그것많은 아니다. 정부는 기본적으로 시장에 들어가 주가 하락을 막겠다는 생각이 없다. 사실 정부가 개입하면 일시적 반등은 가능해도 추세적 상승엔 오히려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급등했던 소비자물가도 2분기부터 안정을 찾을 것이다. 올해 물가상승률은 평균 6.5% 안팎으로 보는데, 하반기로 갈수록 긴축의 고삐도 약해질 것 같다.”

-“성장 체력이 튼튼한 중국을 믿고 기다리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대체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나.

“막연한 불안과 공포가 시장을 억누르는 건 사실이다. 이를 해결해 주는 게 ‘시간’이라는 말도 맞다. 가장 중요한 것은 기업들의 ‘이익 증가’를 확인하는 일이다. 글로벌 경기둔화와 원자재 값 급등, 정부 긴축의 영향을 받는 업종도 있지만 성장세를 이어가는 업종도 존재한다. 지금은 주가가 무차별적으로 하락하지만,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선택과 집중을 통해 주가가 회복할 것이다.”

-그 회복의 신호를 언제쯤 읽을 수 있나.

“결론적으로 2008년에 중국 증시가 쭉쭉 오르길 기대하기는 어렵다. 바닥을 정확히 짚긴 어렵지만 고점 대비 50% 수준인 3000 선에서 의미 있는 지지가 나타날 것이다. 올해는 박스권 조정에서 탈출하기 어렵다. 상하이 증시는 2분기에 3000 전후에서 바닥을 다진 뒤 하반기 점차 안정을 찾으며 4500 선까지 반등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올해 전체로 볼 때 5000을 돌파하는 반등세는 없을 것이다.”

-한국에서 팔린 중국펀드는 주로 홍콩 H증시에 투자한다. 홍콩 증시는 괜찮을 거라는 시각도 많은데.

“H증시는 이미 단기 바닥을 확인했다. 2분기에 1만2000~1만5000의 박스권 반등 장세를 이어갈 것이다. 하지만 대륙 증시의 조정으로 H증시도 추세적 전환을 기대하긴 어렵다. 하반기로 갈수록 저점을 조금씩 높여 1만4000~1만8000 구간에서 상승 추세로의 전환을 시도할 것으로 본다. 홍콩 증시는 최근 5개월여간의 급락으로 아주 매력적인 수준으로 떨어졌다.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에 따른 각국 금융사들의 유동성 확보 경쟁도 일단락돼 간다. 이제부턴 낙폭이 큰 시장을 중심으로 이익 성장이 확인되는 업종과 종목에 관심이 집중될 것이다. 최근 유수의 해외 기관투자가들이 홍콩 비중을 늘리고 있다.”

-올해 홍콩에선 직통차(直通車·중국인의 홍콩 증시 직접투자) 같은 호재가 있지 않나.

“증시 리스크가 확대되면서 중국 기관의 해외투자(QDII)나 직통차의 조기 실시는 사실상 어렵다. 그러나 위안화가 급격하게 절상되면서 홍콩이 위안화 자산에 대한 대체투자 시장으로 다시 부각될 수 있다. 2분기 후반~3분기 초반에 이런 시점이 올 수 있다.”

-지난해 10월 고점에 발을 담근 투자자들은 패닉 상태다. 어떤 전략을 취해야 하나.

“당시 중국펀드에 가입한 투자자라면 올해에 손실을 만회하기는 어렵다. 다만 지금은 바닥권에 근접하거나 바닥권을 다져 가는 국면으로 판단한다. 장기적 관점의 분할 매수로 펀드의 매입 단가를 낮추는 전략이 낫겠다.”

-중국 증시가 일본의 거품 붕괴 이후 장기 침체를 닮을 가능성은 없다는 얘기인가.

”그렇다. 다만 2006~2007년의 급등 이후 5개월 만에 40% 넘는 상승분을 토해냈다는 점에서 앞으로는 옥석을 가리는 투자가 시작될 것이다. 중국 기업들의 가치에 맞는 합리적 수준으로 주가가 맞춰진다는 얘기다. 올해 중국 증시를 한마디로 정리하면 ‘거품 제거+이익 성장 종목의 차별화 상승+박스권 내 업종별 랠리’라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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