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아티스트 백남준 그의삶.광복 기념작 공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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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한국이 세계에 자랑하는 비디오아티스트 백남준(63)이 광복50주년을 맞아 집안의 친일(親日)경력등 알려지지 않았던 자신의과거사를 고백하고,광복 반세기를 기념해 만든 최신작을 공개하는특집프로가 8월15일을 전후해 MBC에서 방송 된다.
『세계속의 한국인,백남준의 8월』(가제)이란 제목의 50분짜리 특집물에서 백남준은 일제시대 태창방직과 근로자 5천여명의 제철소 등을 소유한 거부의 아들로 태어나 「친일집안」이란 따가운 눈총을 받으며 자란 어린시절을 처음으로 고백해 눈길을 끈다. 그가 태어난 32년당시 아버지 백낙승씨는 국내굴지의 방직회사를 운영하는 한편 일본정부로부터 3천만엔의 융자금을 받아 해주.진남포에 대형제철소를 세운 당대의 거부였다.
백남준은 이 프로에서 집안이 「시라카와」로 창씨개명한 사실,일본정부에 7만5천원(당시 가격)짜리 비행기를 헌납한 사실등을공개하고 『해방직후 임정(臨政)에서 아버지에게 사형선고를 내렸다는 소문이 돌자 온가족이 부일(附日)행적을 감 추기위해 일본정부가 발행한 비행기헌납 기념엽서 1천장을 아궁이에 태우기도 했다』고 고백한다.
또 해방후 그의 집에 한민당등 우익은 물론 여운형.박헌영등 좌파.남로당 지도자까지 모여들어 5당이 회합을 벌이는 모습에서정견보다는 「뒷속(자금)」만 차리는 정객들의 생리를 깨닫고 정치적 냉소주의를 갖게됐다고 공개한다.
한때 사회주의에 경도돼 대구폭동이 일어나자 중학생신분으로 좌익측 행동대원으로 가담했던 그는 아들의 좌경화를 두려워한 부모에 의해 홍콩으로 유학을 떠나게되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기나긴 「아웃사이더」의 삶을 살게 된다.
백남준은 이같은 과거사를 고백한 뒤 일제의 폭정에 무력할 수밖에 없었던 민초들의 모습을 그린 김기림의 詩 『우리들의 8월로 돌아가자』를 바탕으로 피아노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본인이 생각하는 광복의 의미를 담은 진오귀굿을 뉴욕 맨해 튼 소호거리에서 공연한다.
이와함께 그는 MBC의 의뢰를 받아 1년간 제작한 광복 반세기 기념작품을 첫 공개하는데,영상은 해방전후사와 한국전통무용을,음악은 국악과 신세대음악을 혼합한 독특한 내용으로 알려졌다.
제작을 맡은 이강국PD는 『미국에선 초일류 예술가로 인정받으면서도 국내에는 운좋은 전위예술가 쯤으로 잘못 알려진 그의 참모습을 자기고백을 통해 첫 소개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며 『집안의 부일 사실보다는 어린시절 영문모를 눈총에 시달린 예술가가 어떻게 아픔을 극복하고 세계적 아티스트의 경지에 올라섰는지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姜贊昊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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