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 1위 제각각 왜 이런 일 벌어질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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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양천을에 출마한 통합민주당 김낙순, 한나라당 김용태 후보는 4일 아침 상반된 여론조사 결과를 받아봤다. 김용태 후보가 김낙순 후보를 1.7%포인트 앞선 것도 있고 김낙순 후보가 김용태 후보를 2.5%포인트 앞선 것도 있었다. 김용태 후보는 “지인들로부터 ‘무슨 여론조사가 이러냐’는 전화를 여러 통 받았다”고 말했다. 김낙순 후보도 “한두 사람의 대답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것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사정이 이러니 꿈보다 해몽이 좋다. 김용태 후보는 “진다고 나온 조사도 이전보다 차이가 6%포인트 줄었다. 난 올라가는 추세여서 승리할 것”이라고 장담했다. 김낙순 후보도 “이 정도면 자신 있다. 계속 올라가는 추세”라고 단언했다.

4·9 총선을 닷새 앞둔 4일 마지막 여론조사 결과가 주요 신문에 게재됐다. 여론조사 공표 시한인 2일까지 이뤄진 조사였다. 이들 조사 중에 조사마다 선두 후보가 다른 지역구가 10여 곳에 달했다. 서울 성동을·노원갑·양천을·동작갑·구로을과 경기의 수원 ·남양주갑 등이다. 최근 조사에서 한 번 이상 1, 2위 후보가 바뀐 곳도 10여 곳에 이르렀다. 정치권에선 “자고 나면 바뀌는 여론조사”란 하소연부터 “들쭉날쭉한 여론조사” “비과학적인 여론조사”란 비판까지 나오고 있는 이유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기본적으론 접전 지역이 그만큼 많은 게 이유다. 이날 발표된 여론조사들은 대개 500명 안팎의 유권자에게 전화로 질문한 결과다. 대략 오차 범위는 ±4.4%다. 즉 수치보다 4.4%포인트 높을 수도, 또 그만큼 낮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결국 8.8%포인트의 차이는 의미가 없는 셈이다. 김지연 미디어리서치 이사는 “두 후보의 차이가 (오차 범위인) 8.8%포인트 이내라면 통계적으로 누가 앞선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결국 조사에 따라 얼마든 순위가 바뀌는 일이 벌어질 수 있는 것이다.

유권자들의 여론조사 피로감을 지적하는 전문가도 있다. 디오피니언 안부근 소장은 “거의 모든 지역에서 여론조사, 특히 ARS(자동응답시스템) 조사가 이뤄지면서 유권자들을 피로하게 만들고 있다”며 “이미 한 번 여론조사를 경험한 특정 계층이 다른 여론조사 질문에 대답하기를 거부해 결과가 다르게 나타나는 현상이 있다”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는 ‘ARS 공해’라고 표현했다.

지역구 내 표심 차이를 거론하는 사람도 있다. 동별로 몰표가 쏟아지는 경우가 있는데 그걸 정확하게 반영하기가 쉽지 않다는 토로였다. 소 지역주의의 영향을 받는 복합 선거구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민심 자체를 정확하게 읽지 못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판세 자체가 급변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김지연 이사는 “정치 신인은 인지도가 올라가면서 지지도가 하루 만에 확 뛰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정치컨설팅 민의 박성민 대표는 “40대 등 부동층이 아직 마음을 못 정한 요인도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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