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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책갈피] 죽도록 미운 직장 상사도 장점 있다는 것 인정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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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성격의 재발견
이사벨 브릭스 마이어스,
정명진 옮김,
부글북스,
344쪽, 1만3000원

“쟤는 뭔데 저렇게 말을 함부로 해?” “그 선배는 왜 그렇게 꽉 막힌 거야?”

누구나 한 번쯤 이런 식의 불평을 해보고, 또 들어봤을 터다. 설마 없다고? 그럼 당신은 고매하신 성인군자, 노벨평화상 감이다. 싫은 이도 없는 대신 친구도 별로 없을 것 같지만, 어쨌든 좋겠다. 그렇지 않은 대부분의 평범한 사람은 인간관계가 항상 스트레스다.

아침마다 침대에 눌어붙은 채 “오늘도 그 인간 면상을 봐야 하나”라고 되뇌는 당신을 위한 희소식. 『성격의 재발견』이라는 심리학 책이다. 이사벨 브릭스 마이어스가 저명한 심리학자 칼 융의 성격유형에 관한 이론을 보완, 일반인에 친숙하게 풀이해놓은 고전이다.

저자의 이름은 생소해도 마이어스와 그녀의 어머니 캐서린 쿡 브릭스가 함께 개발한 MBTI(Myers-Briggs Type Indicator) 검사는 들어보거나, 해보았을 터다. 이들 모녀 심리학자가 수십 년에 걸쳐 개발·보완해온 성격유형 검사다. 한국에는 1990년대에 도입, 활용돼 왔다. 개인이 감각과 직관, 사고와 감정, 판단과 인식 중에서 무엇을 중시하는지, 외향성과 내향성 중에서 어디에 가까운지를 설문을 통해 알아내는 검사로, 총 16개의 성격유형을 밝혀냈다.

하지만 책을 읽기 위해선 인내심도 필요하다. 성격유형 도출 과정을 상당히 자세히 풀어놓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도중에 책을 덮진 마시기를. 이 20세기의 고전이 21세기의 우리들에게도 유효하게 던지는 메시지를 찾아보시라. 10장부터 다뤄지는 ‘성격유형의 실용적 의미’와 ‘성격유형과 직업’ 같은 부분이 그 예다.

217쪽의 “중요한 것은 상대방 성격의 훌륭한 점을 제대로 평가하고 존중하는 것”이라는 부분도 새겨듣자. 자신의 성격유형을 정확히 파악하는 데서 그치는 게 아니라, 반대유형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노력을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결국, 나와 남이 다르다는 것을 차별이 아닌 포용의 기회로 삼는 것이 정신 건강에도 좋을 것이다. 인류의 평화라는 거창한 명제를 들이댈 필요도 없이, 그저 내가 행복하기 위해서.

전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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