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고려국보展-호암갤러리 9월10일까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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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고려문화의 특징은 화려하고 섬세한데 있다.그렇지만 약 4백년간 지속된 고려시대의 문화적 특징을 이처럼 단순한 표현으로 모두 거론하기에는 어딘지 부족해 보인다.
「대고려국보전」은 고려문화의 특징을 풍부한 단어로 새롭게 정의하고 다시금 써내리기 위해 기획한 전시다.
이 전시에 선보이는 고려의 미술품과 문화재는 어느 한 시대,어느 한 장르의 고려문화를 대표하는 걸작.명품들이다.
물론 일본과 미국.영국등에 소장돼있어 국내에서는 쉽사리 볼수없는 작품들도 포함돼 눈길을 끌기도 한다.
그러나 국내에 서 그다지 주목받지 않았던 작품들도 고려문화의또다른 특징을 보여주는 고려미술품으로 소개돼 새삼 우리들의 눈길을 끈다.
예컨대 높이 16㎝의 금동대세지보살좌상(金銅大勢至菩薩坐像,호림미술관소장)을 보자.대세지보살은 아미타불 오른편에 앉아 아미타불을 보좌하는 보살이다.14세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전하는 이금동불은 화려한 영락(瓔珞)과 보관(寶冠)으로 온몸을 장식하고있다.이런 화려함은 고려적이기 보다 장식성이 짙은 라마교의 불상 양식이라는 분석이 있다.실제 전문가들은 고려시대 말기인 14세기 후반에 만들어진 불상에는 얼굴표정등에 이국적인 분위기가담겨있다고 지적한다.
엄연한 고려불상에 존재하는 이런 이국적 분위기는 고려문화의 특징속에서 어떻게 평가해야 하는가라는 물음을 제시한다.이 전시를 통해 고려문화의 특징을 새로운 시각과 정밀한 기술(記述)로재평가할 필요가 바로 여기에 있다.대고려국보전은 그런 점에서 누구에게나 개방돼 있고 참여가 가능한,열려있는 고려문화의 학술세미나장인 셈이기도 하다.(751)9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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