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바루기] 오픈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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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세계는 평평하다’. 뉴욕 타임스 시사평론가인 토머스 L 프리드먼이 쓴 책 제목이다. 자본에 국경이 없듯이 외국어가 우리말에 들어오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 문제는 정도다. 우리말로 충분히 표현할 수 있는 것까지 외국어를 남용하는 것은 뒷맛이 개운하지 않다.

요즘 많이 쓰이는 말 중에 ‘오픈하다’가 있다. 입말로 쓰는 것이야 어쩔 수 없겠지만 글말로 쓰는 것은 눈에 거슬린다.

① “시즌 오픈을 앞둔 이승엽의 눈이 반짝이고 있다.”

②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서 대학에 나가 의대 교수와 학생들에게 부검을 가르쳐야 한다. 고려대엔 이미 강좌가 있고 가톨릭대도 곧 오픈한다.”

③ “금요일 왜 파리에 가는 거죠?” “우리 회사 신규 지점 오픈을 도와주려고요.”

①의 ‘시즌 오픈’에서 ‘시즌’을 ‘철’이나 ‘계절’ 등으로 번역하면 좀 어색하다. 물론 ‘야구의 계절, 야구 철’ ‘농구의 계절, 농구 철’ ‘스키 철’ 등으로 하면 대안은 되겠다. 문제어는 ‘오픈’이다. ‘개막’으로 바꿔 ‘시즌 개막’으로 하는 것이 훨씬 낫다.

②에서 가톨릭대가 곧 여는 것은 (부검) 강좌다. 강좌는 ‘개설한다’로 표현하면 딱 좋다.

③에서도 ‘신규 지점 오픈’이 보기에 좋지 않다. ‘신규 지점 개설’로 하면 맞춤하다. 만일 ‘식당/점포 오픈’이라면 ‘식당/점포 개장/열어’로 써도 아무 문제가 없다.

밀려드는 외국어 중에서도 특히 영어에 안방을 내줄지도 모른다는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 글 쓰는 사람이나 언론에서 좀 더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최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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