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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전화 사고 증권상담 까지 "은행으로 오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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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15일 오전 서울 광화문 파이낸스센터 빌딩에 있는 신한은행 PB센터.

상담에 응하고 있는 직원 11명 중 3명은 신한은행이 아닌 굿모닝신한증권 소속이다. 임대료를 내고 창구를 빌려 증권영업을 하고 있는 것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은행이 직접 제공하기 어려운 증권 관련 서비스를 맡기기 위해 점포 일부를 증권사에 재임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같은 날 오후 서소문 기업은행 지점 앞엔 은행상품을 안내하는 포스터 대신 휴대전화 단말기와 가입요령을 안내하는 벽보가 빼곡히 붙어 있다. 휴대전화로 금융 업무를 처리하는 모바일 뱅킹 서비스를 시작한 은행 측이 이동통신사 직원들에게 지점 한쪽을 내줬기 때문이다. 이 은행 고객 金모씨는 "간판을 안 보면 휴대전화 대리점으로 착각하겠다"고 말했다.

은행 지점에 다른 금융기관이나 업체가 들어와 함께 영업하는 '지점 속 지점(branch in branch)'이 은행권에 확산되고 있다. 은행들은 주로 같은 계열사인 금융회사를 입주시켜 고객들에게 원스톱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임대료 등 짭짤한 부가 수익도 덤으로 얻고 있다. 증권사 등 입주업체 입장에서도 정식 지점 개설에 따른 막대한 비용을 줄이면서 고객을 쉽게 유치할 수 있다.

신한은행은 서울 PB센터 두 곳과 일반 지점 네 곳에 신한금융 계열사인 굿모닝신한증권을 입주시켰다. 우리은행은 2002년부터 점포 복합화에 나서 현재 29개 지점에 우리증권 직원을 배치했다.

하나은행도 전국 110개 PB영업점에 하나증권 직원이 상주하면서 고객의 증권 관련 업무를 봐주고 있다. 서울지역에 있는 3개 PB전문점 '하나골드클럽'엔 하나생명 직원들이 나와 방카슈랑스에 해당하지 않는 보험상품을 안내한다. 반포역 지점의 경우 한쪽에 여행.보험상품을 파는 개인사업자를 입주시킨 라이프케어센터가 설치돼 있다.

모바일 뱅킹에 필요한 휴대전화를 판매하는 이동통신사 직원들도 대부분 은행 지점에서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이달부터 'K뱅크' 서비스를 시작한 국민은행은 KTF, 'M뱅크'로 맞불을 놓고 있는 우리.신한.조흥은행은 SK텔레콤, '뱅크온'의 제일.기업.외환은행은 LG텔레콤 직원들이 각각 지점에 나와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 지점에 다른 회사 사람들이 함께 근무하는 것은 생각하기 어려웠던 풍경"이라며 "수익성 압박과 금융 복합화 경향으로 이 같은 '한지붕 두세 가족' 지점이 갈수록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나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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