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人命구조,총력 다하고 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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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고대하던 「제3의 기적」이 마침내 일어났다.실낱같은 가능성밖에 없더라도 결코 포기해선 안된다는 판단이 옳았음이 다시 한번입증됐다.
매몰 3백77시간만의 구출은 기록이다.그 길고 긴 암흑의 시간을 견뎌내고 건강한 모습으로 생환한 박승현(朴勝賢)양의 의지와 구조대원들의 끈질긴 노력에 또한번 박수를 보낸다.
참사가 일어난지도 벌써 18일째를 맞고 있어 생존의 가능성이점점 엷어지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나 최명석(崔明錫)군.유지환(柳智丸)양,그리고 이번 朴양의 생존사실로 미루어 볼 때 가능성은 아직도 남아 있다.현재 추정되는 실종자 수는 3백명을훨씬 넘고 있다.그렇다면 이 많은 실종자들 가운데는 이들보다도더 기적적인 경우도 충분히 있을 수 있다.부상한 경우가 아니라면 공기와 물만 있으면 30~40일까지도 생존할 수 있다고 하지 않던가.
그러나 이제부터는 그야말로 시간과의 싸움인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그런만큼 이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선 구조인력과 장비에 대한 점검을 다시 해야 한다.구조인력은 충분한가.잔해(殘骸)제거작업을 신속히 벌이기 위해 장비를 추가투입해야 할 필요성은 없는가. 현장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믿고는 싶지만 작업이 좀더 빨리 진행됐으면 하는 바람과 안타까움을 갖는 건 우리만이 아닐 것이다.혹시라도 구조인력이 충분하지 못해 교대가 원활하지못하거나,장비가 부족해 작업이 더뎌지지는 않는가 하 는 점에 대한 검토가 있어야 할 것이다.
아직도 대형 중장비의 대부분은 민간기업의 지원에 의존하고 있는 형편이다.예산문제는 나중 일이고,필요하다면 우선 정부나 시예산을 들여 장비보충을 서둘러야 한다.자발적인 지원에 나선 민간기업에 대해서도 비용을 보장해줘 잔해제거작업이 완료될 때까지성의를 다하게 해주어야 한다.
또 구조및 잔해제거작업에 참여중인 사람들에 대해서는 숙식등에최대한의 편의를 제공해 작업피로가 빨리 풀리게 해줘야 한다.인근 호텔도 활용할 수 있지 않은가.그래야 교대가 원활해지고,밤낮을 가리지 않는 철저한 구조(救助)작업이 진행 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사고대책본부는 부상자에 대한 대책에도 눈을 돌려야 한다.생존자 구조가 화급한 일이긴 하지만 그 일에만 몰두한나머지 부상자들이 너무 소홀히 취급되고 있다.입원비.치료비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퇴원하고 싶어도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보상은 나중 일이라 해도 치료및 퇴원문제마저 제대로 처리못해서야 될 말인가.
다시 구조에 남은 모든 힘을 모으자.그래서 또 한번 환희의 기적을 연출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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