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방향 초등생 함께 등·하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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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사람이 말을 걸면 대꾸하지 마라. 친구들과 함께 다녀라. 엄마·아빠를 잘 안다고 하는 사람을 조심해라….”

초등 3, 6학년 딸을 둔 서모(39·대구시 대곡동)씨는 요즘 아이들에게 틈만 나면 똑같은 말을 반복한다. 놀이터에도 가지 못하게 한다. 서씨는 “하교 시간만 되면 불안해 학교까지 아이들을 데리러 간다”며 “세상이 너무 무섭다”고 말했다.

경기도 안양 초등생 납치·살해사건에 이어 일산에서 어린이 납치 미수사건이 발생하는 등 어린이 대상 범죄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의식해 대구시교육청이 2일 초등학생 보호 대책을 내 놓았다. 학교와 가정·사회단체·경찰 등이 참여하는 ‘어린이 안전망’ 구축 계획이다. 대구의 초등생은 211개교에 18만9483명이다.

이에 따르면 다음주부터 대구지역 전 초등학교의 담임교사가 학생의 등·하교를 직접 챙기기로 했다. 집 방향이 비슷한 어린이들이 함께 등·하교토록 하는 ‘어깨동무 등·하교제’다. 하굣길 주변 골목에는 해당 학교의 교직원이 순번을 정해 순찰하도록 했다. 교사들은 바른생활·도덕 시간과 아침 조회, 안전교육(연간 21시간) 시간을 이용해 유괴·납치 예방 교육을 하기로 했다. 대구교육청의 이태열 장학관은 “최근 잇따르는 범죄는 어린이의 생명을 위협하는 수준”이라며 “관련 교육도 예방보다 납치범의 손이나 팔을 깨무는 등 적극적인 대처에 중점을 둘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청은 다음주 중 교육감 명의의 가정 통신문도 보낸다.

통신문에는 최근 발생한 사건의 중대성과 가정에서 어린이에게 가르쳐야 할 위험 상황 대처 방법이 실릴 예정이다. 초등학교마다 학생의 10∼30%가 휴대전화를 갖고 있는 만큼 통신회사에 ‘자녀 위치알림 서비스’를 반드시 신청하도록 요청키로 했다.

경찰과 아파트관리사무소·보안업체·해병전우회 등에도 다음주 중 협조 공문을 보낼 방침이다.

경찰은 초등학생의 하교 시간에 학교 주변 취약 지역을 순찰하고, 아파트관리사무소엔 경비원이 단지를 순찰토록 요청한다는 것이다. 또 보안 점검을 위해 자주 출동하는 에스원, KT 텔레캅 등 보안업체에도 협조를 구해 골목길이나 취약지역에 있는 초등학생의 안전 여부를 확인토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시교육청은 이른 시일 안에 관련 기관과 협의해 안전망을 가동하겠다고 밝혔다. 신상철 교육감은 “어린이 대상 범죄는 특정 기관·단체의 일이 아니라 사회 전체가 나서서 막아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실효성 있나=시교육청은 어린이 상대 범죄가 중대한 사회 문제인 만큼 관련 기관·단체의 협조가 꼭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대구 성서 개구리 소년 실종·피살사건 등 어린이 관련 범죄가 있을 때마다 경찰이 순찰을 강화하겠다는 등의 대책을 내 놓곤 했지만 곧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학부모들은 ‘반짝’ 행사가 아니라 지속적으로 어린이 보호 대책을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홍권삼 기자

가정에서 교육할 어린이 보호 수칙

·경찰 신고 전화번호 외우게 하기

·부모에게 외출할 장소와 시간 알리기

·비상용 호루라기 챙겨 주기

·이웃 아이와 짝지어 다니게 하기

·외출 때 학부모 휴대전화 주기

· 휴대전화 있을 경우 ‘자녀 위치 알림서비스’ 신청

·휴대전화에 긴급구조 버튼 설정하기

·납치 등 위급한 상황 때 대처법 교육

-호루라기 불거나 비명 지르기

-납치범의 손이나 팔을 깨물 것

자료=대구시교육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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