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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 전력사정 비상-최대소비 이미 경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7면

올 여름 전력 사정이 벌써부터 심상찮은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아직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11일 오후에는 순간 전력 최대수요가 한때 2천6백94만8천㎾에 달해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는 등 전기 소비가 급증하고 있다.
이렇게 되자 그동안「올해는 문제 없다」던 정부가 관계기관 회의를 갖는등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정부가 이런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올 여름 전력 사정이 예상보다는 어려워질 조짐이 여기저기에서 나타나고 있어 자칫하다가는작년과 같은「비상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작년 말까지만 해도 통산부와 한전은 올 여름 전력 사정에 낙관했었다.한전이 당초 예상한 올 여름의 최대 전력 수요는 2천8백76만㎾.
수십년만에 최고 더위라고 아우성쳤던 지난해 여름의 최대 수요가 2천6백69만㎾(7월22일)이었기 때문에 올해 소비가 다소늘어난다 하더라도 이 수준을 넘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었다.
반면 영광 3호 원자력 발전소등 발전소 8개가 올 6월전에 준공되는데다 기존 발전소의 보수.정비를 연초로 앞당겨 실시하기로 했기 때문에 전력 공급 능력은 작년보다 12.3% 늘어난 3천82만㎾에 이르게 된다는 것.
따라서 이 정도라면 올 여름은 별 무리없이 넘어갈 수 있을 것으로 전력당국은 예상했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사정이 달라졌다.지난달 말(6월29일) 전력예비율이 한 때 6.6%까지 떨어진데이어 11일에는 전력 수요가 사상최대치를 기록하는 등 심상찮은 조짐을 보이는데다 에어컨 보급이 예상치를 훨씬 웃돌고있다.
정부는 당초 올해 에어컨의 신규 판매량을 45만~50만대로 잡았다.그러나 실제 판매량은 56만대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올해 신규 판매분을 포함한 전국의 에어컨 공급은3백50만~3백60만대 수준으로 늘어났는데,이들이 동시에 가동될 경우 대략 3백만㎾가량의 전력을 잡아먹게 된다는 것.
여기에 대형건물등에 설치된 냉동기와 선풍기.냉장고등을 포함하면 올 여름냉방용 전기수요만도 5백21만~6백2만㎾로 지난해(4백98만㎾)수준을 훨씬 웃돌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또 최근의 경기활황세가 하반기에도 계속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전력 형편을 어렵게 하는 한 요인이 되고 있다.경기가 좋으면 아무래도 산업체나 사무실의 전력 소비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지난달 말 올 여름 전력 수요를 상향조정(최대 전력수요 2천9백57만㎾)했지만 이것도 올 여름기온이 정상수준(섭씨31~32도)일 때의 얘기지,만일 지난해와 같은 이상고온 현상을 보인다면 최대 전력 수요는 3천38 만㎾에 달할수도 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진단이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만약 중간 덩치의 발전소 하나라도 고장이 나는 등 예기치 못한 사고가 생길 경우 자칫하면 전력 수급에 다소 차질이 예상되자 정부는▲준공단계에 있는 영광원전 4호기와 태안화력 2호기를 부분 가동하고▲위기 상황일 때는 순간전력 1천㎾이상 소비하는 5천6백여업체에 한전직원을 파견,절전을유도하는「책임 운용제」를 도입하는등 대책마련에 나선 것이다.
한 관계당국자는『올 날씨가 정상 수준을 보인다면 전력 예비율이 4.2%로 어렵지 않게 넘어가겠지만 이상 고온이 올 경우 1.5%로 뚝 떨어져 예비율이 2.8%까지 떨어졌던 지난해보다더 심각한 전력난이 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며 우려를 표시했다.
〈李鎔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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