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李海瓚부시장의 言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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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책임있는 고위 공직자의 말 한마디는 큰 무게를 지녀야 한다.
그의 말 한마디로 정책의 기본이 바뀔 수 있고,경우에 따라선 일파만파(一波萬波)의 예기치 않은 파급효과로 번질 수도 있다.
이인제(李仁濟)前노동부장관이 장관직을 물러난 것도 「무노동 무임금 원칙배제」와 「3자개입 허용」이라는 말과 그 파문때문이었다.행정책임자의 말과 행동은 함의(含意)와 무게가 증폭돼 전달되고,파급효과 또한 크기 때문에 말은 아껴야 하고 행동은 신중해야 한다.
기대속에 서울시 부시장에 취임한 이해찬(李海瓚)부시장은 서울시 지하철노조의 해고근로자 복직과 손해배상청구소송 취하를 검토하겠다는 발언을 했다.물론 화합차원의 개인적 의견이고 확정된 방침이 아님을 누누이 설명했다.그러나 발언 즉시 산업현장의 노무관리에 비상이 걸렸고,실제로 현총련 간부들은 울산시장을 찾아해고근로자의 복직을 정식으로 거론했다.
야당의 정치인으로서는 개인적인 소신을 쉽게 내세울 수 있지만행정의 책임을 지는 부시장이 됐으면 개인적 생각만 내세워 산업현장을 교란시키는 발언을 한 것은 신중치 못했다.이미 법의 판결이 내려져 해고근로자들이 복직되지 않는 것이지 경영자 독단으로 복직을 거부하는게 아니다.
노동운동이 경제적 복지차원을 넘어 노동정치판으로 오염되는 까닭도 두 세번씩 해고된 노동정치꾼들 탓임을 몰라서 하는 소리인가.개인적인 생각이라고 뱉아낸 말을 주워담을 수는 없다.이미 노동현장은 그 말 한마디로 어수선해지고 흔들리고 있지 않은가.
서울 지하철 해고자만 복직시켜 노사화합만 이루면 된다는「개인적」발상 또한 얼마나 단견(短見)인가.타지역 타기업체의 해고자는어떻게 하란 말인가.
李부시장의 정치적 행동 또한 석연치 않다.정당원이 될 수 없어 탈당까지 한 정무직 부시장이 어떻게 해 신당(新黨)창당의 중요멤버로 거론되고 있고,동교동의 중요 회의에까지 참석해 정치활동을 하고 있는지 이 또한 납득할 수 없다.정무 직 부시장은당적을 가질 수 없다는 것은 민주당의 주장으로 입법화된 원칙이다.정해진 원칙이라면 지켜야 한다.말을 아끼고 행동을 절제하는새모습의 부시장을 시민들은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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