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IBM직원 사망보상금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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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지난해 눈보라가 심하게 몰아치는 어느 날 아침.뉴욕의 아몬크에서 리처드 에디시는 아내에게 작별키스를 하고 집 뒷문을 나섰다. 그 날은 날씨가 매우 궂은 탓에 학교들은 휴교했고 사람들은 일하러 가기를 포기했지만 에디시는 날씨 때문에 직장인 IBM社를 하루 쉬는 일은 피해야 겠다고 결심했다.
그러나 그는 냉기가 가득찬 차고로 들어서자마자 곧 신음소리를내며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심장마비였다.결국 에디시는 사망했다.그의 나이 48세때였다.
에디시는 IBM에서 36년간 봉직한 아버지에 이어 18세 때부터 IBM에서 일을 시작했다.처음 그는 우편실에서 일을 시작했으나 나중엔 컴퓨터 네트워크분야에서 인정받는 시장지원 매니저로 지위가 올라갔다.
남편이 사망하고 난 후 어느 날 에디시의 미망인인 조앤 에디시는 IBM의 직원 두사람이 나쁜 소식을 전하러 현관에 나타났을 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회사 규정에 따르면 조앤이 완전한 연금혜택을 받기 위해선 그녀 남편이 만30년을 봉직해야 하는데 남편 리처드의 근무기간은이에 단 4개월이 모자란다는 것.
따라서 리처드의 유족은 평생 무료 의료혜택과 월 1천8백달러의 연금을 못받게 됐다.그 대신에 단지 월 3백40달러의 생활보조금만을 받게 됐는데 이 금액은 한 달 의료보험비 4백73달러를 지불하기에도 턱없이 부족했다.그나마 다행스러 운 것은 5만달러의 생명보험금과 IBM으로부터 사망보상금으로 남편 연금의3배에 해당하는 금액을 12년간 분할 지급받게 됐다는 것이다.
20년 전 두 딸의 양육과 가사를 돌보기 위해 직장을 그만뒀던 조앤은 남편의 사망에 따른 완전연금 혜택을 주지 못하겠다는IBM의 결정을 뒤엎기 위한 투쟁에 수개월을 보냈다.
『남편은 회사를 위해 마치 개처럼 열심히 일했다.그러나 회사를 위해 일한 만큼 남편은 보상을 받지 못했다』고 조앤은 주장했다. 이에 대해 IBM은 『30년을 꽉채워야 연금혜택을 받을수 있다는 연방의 연금에 관한 법률은 IBM이 에디시의 경우를봐줄 수 없도록 가로막고 있다』고 애로점을 밝혔다.
IBM은 또 『예외를 만들 경우 다수의 직원이 똑 같은 요구를 할 것이기 때문에 들어줄 수 없다』고 덧붙였다.
회사 대변인은 『에디시 가족의 경우 매우 딱하기는 하지만 불행히도 이 경우에 적용되는 연방의 법률은 명백하다』고 확고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결국 조앤은 회사측의 완강한 거부에 부닥쳐남편의 1주기 기일을 9일 앞두고 소송을 걸었고 아직까지 해결을 보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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