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부실건물 샅샅이 찾아내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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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삼풍백화점 대참사를 보고 우리 건물,우리 아파트는 안전할까 하는 걱정이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도 놀란다」는 속담대로 끝나면 얼마나 좋을까.그러나 부실건축물 시민신고센터가설치되자마자 갖가지 제보가 쇄도(殺到)한 끝에 이틀사이에 80여건이 접수된 것은 아무래도 나쁜 조짐이다.
고발된 내용 가운데는 아파트는 물론,호텔.극장.지하철.지하주차장 같은 다중(多衆)이 이용하는 시설도 있다.만약 이들 고발이나 제보를 대형참사의 충격에서 나온 신경과민쯤으로 돌리고 안전진단을 소홀히 한다면 우리는 또다시 어떤 불행을 당할지 모른다.돌다리도 두드려 보는 심정으로,속아도 좋다는 심정으로 조금이라도 의심가는 건물은 정밀진단을 실시,이 땅의 부실 건물을 모조리 찾아내 필요한 예방조치를 취해야 한다.
주택 2백만호 건설이 절정에 이르렀던 91년도 건축분이 가장부실위험을 안고 있다는 점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그해에 전국적으로 42만여가구 7천여개 동의 아파트가 거의 동시에 착공됐고,모래와 자갈.시멘트등 건자재 부족현상은 극에 달했다.물자동원능력을 무시한 이 무리한 계획으로 당시의 건축물에는 바닷모래와중국산 저급 시멘트를 쓴 불량 레미콘이 많이 사용됐다.특히 1천1백여동이 집중 건설된 서울 주변 5개 신도시에서는 건설도중에 불량자재 사용이 드러나 철거후 재시공이라는 충격적 사태를 맞기도 했다.
우리는 정부나 시공업자가 전국의 주요 대형건축물에 대한 안전진단작업에 본격적으로 매어달리길 촉구한다.어떤 신도시에서는 작년말에 이미 이 작업을 끝내고도 공표를 하지 않고 있다고 들린다.이런 저런 사정을 핑계로 손을 쓰지 않고 있다 가 더 큰 재앙을 만나면 만사휴의(萬事休矣)일 뿐이다.소비자나 사용자들도부실건물을 손쉽게 알아내는 방법에 유념할 필요가 있다.균열.누수.진동의 감지(感知)가 가장 손쉬운 방법이다.자기 아파트가 이런 현상을 심하게 나타내는데도 집값 이 떨어질까봐 쉬쉬하는 난센스는 이제 그쳐야 한다.이땅의 부실건물,이젠 사라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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