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중견기업] 물 만난 ‘이온수’사나이 정수기에 선전포고 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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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유아는 80%, 성인은 65%, 노인은 50%. 연령대별로 체내에서 차지하는 물의 비율이다. 또 물은 체내에서 필요량의 5%만 부족해도 탈수상태가 되고, 12% 이상이 부족하면 사망에 이른다. 이쯤 되면 노화는 다름 아닌 우리 몸에서 물이 말라가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25년간 물에 매달려온 바이온텍 조규대(52·사진) 대표의 설명이다.

바이온텍은 알칼리 이온수기를 만드는 국내 업체 중 처음으로 올 초 누적 판매량 30만 대를 돌파했다. 조 대표의 물에 대한 설명은 끊이지 않는다. 그는 “성인의 경우 보통 하루 2L 정도의 물이 필요하다”며 “음식물을 통해 흡수하는 물이 1L 정도 되니 건강을 위해서는 나머지 1L를 마셔서 보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대표는 마시는 물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정수기업체들과의 일전을 준비하고 있다. 이온수기는 의료기기로 분류돼 그동안 엄격한 광고 규제를 받아왔다. 여기에 100만~200만원에 달하는 제품 가격 때문에 정수기에 고전을 면치 못해왔다. 하지만 다음달부터 상황이 달라진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이온수기의 4대 효능을 직접 광고할 수 있도록 허용했기 때문이다. 식의약청 허가심사팀 정제훈 연구사는 “식의약청 심사를 거친 이온수기는 4월부터 만성설사·소화불량·위장 내 이상 발효·위산과다 등에 효과가 있다는 내용을 광고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동안 이온수기업체의 과대 광고 피해를 우려해 금지했지만 임상시험을 거쳐 검증된 효과를 광고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조 대표는 “이온수기의 렌털 서비스를 본격화해 시장을 키우겠다”며 “건강을 챙기는 소비자를 파고들어 정수기를 제치고 마시는 물 시장의 주도권을 잡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수기는 물의 불순물을 제거하는 데 그치는 반면 이온수기는 몸에 적합한 물의 산성도를 유지시켜 주기 때문에 건강에 더 좋다”고 주장했다. 바이온텍은 이미 서울과 경기 일부 지역에서 렌털 시범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다음달 중순에는 전국으로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다. 이온수기 제품을 가정에 임대한 뒤 정기적으로 필터를 교환해 주고 한 달에 4만~6만원을 받는 서비스다. 그는 “시장이 커지면 서비스 가격을 더욱 낮출 수 있다”고 했다. 식의약청의 추가 심사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조 대표는 “국내 20여 개 업체가 이미 식의약청의 심사를 거쳐 판매하고 있고 이온수기의 본고장인 일본에 수출할 정도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조 대표는 1983년 처음으로 이온수기를 접했다. 어려서부터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늘 위장병에 시달리다 첫 월급으로 일본산 이온수기를 구입했다고 한다. 그는 “군대에서도 못 고친 위장병을 이온수를 마시고 고쳤다”며 “그래서 다니던 보험회사를 그만두고 이온수기 판매사원 생활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86년부터는 이온수기 업체를 직접 인수해 제조에 뛰어들었다. 조 대표는 “90년대 중반까지 일본 제품의 성능을 못 따라가 국내에서 판매되는 일본 제품을 모조리 사들여 분해해 보기도 했다”고 했다. 하지만 끊임없는 연구개발로 90년대 말부터 성능과 디자인 면에서 일본 제품을 뛰어넘었다. 현재 일본은 물론 태국 등 동남아시아에도 수출하고 있다.

그는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이제는 디자인의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 결과 바이온텍은 국내 최초로 슬림형 제품을 내놓은 데 이어 초미니형과 화려한 문양의 제품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장정훈 기자, 사진=박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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