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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깃 남성엔 반드시 미인 접근”

중앙일보

입력

이코노미스트 일본에서 외교관은 일반적으로 ‘쓸모없다’ ‘낭비만 하는 공무원 집단이다’ ‘미국 추종자들이다’라는 식으로 엄격한 비판을 받고 있다. 하지만 그들에게도 은밀히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 좀처럼 입 밖에 내지는 않지만 일본 외무성은 다른 나라에 비해 2개 특정 국가에서 탁월한 정보수집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원자바오 중국 총리가 양국 우호 증진을 위해 일본 교토의 한 구장에서 리쓰메이칸대 야구부 옷을 입고 배트를 잡았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면에서는 양국 간 정보전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하나가 이란이다. 1979년 발생한 이란의 이슬람혁명 이후 미국 정보기관은 이란 정보 수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반면 일본은 러·일 전쟁 당시 제정 러시아를 쓰러뜨리면서 이란인들에게 높은 점수를 땄다.

당시 이란은 차르(러시아 황제)에게 고통 받았던 만큼 일본에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반드시 그것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이란에서 일본은 상당히 깊은 ‘딥스로트(정보원)’를 확보하고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속 깊숙한 내용의 외교 첩보가 날아오는 곳이 중국이다. 가끔 도쿄의 외무성에서 중국 관련 정보를 읽고 있으면 ‘정말 이런 깊숙한 내용을 이야기해 준 중국의 정보제공자가 무사한 것일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개혁개방 노선을 달려온 끝에 결국 세계 최대의 이머징마켓으로 떠올라 자금이 몰려들고 있는 중국이라고 해도 아직은 공산주의 국가다. 일본에 정보를 제공한다는 건 국가 반역행위로 연결되는 중죄라는 것쯤은 쉽게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럼에도 그들은 왜 이런 정보를 제공하는 것일까’. 그 비밀의 열쇠는 ‘차이나 스쿨’이 쥐고 있다. 차이나 스쿨은 일본 외무성에서 중국어를 전문적으로 배운 직원을 가르친다. 차이나 스쿨은 자신들만의 정보 체계를 보유하면서 좀처럼 외무성 내부에 중국 관련 정보를 흘리지 않는다.

그럴수록 “역시 차이나 스쿨은 정보력이 탁월하다”는 식으로 인식되고 있고, 차이나 스쿨은 점점 더 신비의 베일에 둘러싸이게 된다.

나는 12년 간 근무한 외무성을 3년 전 스스로 퇴직했다. 그 뒤로 현재 민간정보조사 회사의 최고경영자(CEO)로 활동하고 있다. 내 업무 중 하나가 일본 정부의 공안당국과 정보를 교환하는 것인데 이 과정에서 접촉하는 공안 관련 직원이 언제나 입버릇처럼 꺼내는 말이 있다.

“하라다씨, 중국은 조심하는 게 좋을 거요. 중국이 일본에 공안 관련 인력을 대량 투입하고 있어요. 특히 타깃으로 지정된 일본인 남성에게는 반드시 미인을 접근시킨다는 점 잊어선 안 될 겁니다. 절대로 가까이 해선 안 됩니다.”

중국 여인에게 매달 돈 보내는 일본 외교관

공교롭게도 나는 아직 미모의 중국인 에이전트(첩보원)를 만난 일이 없다. 그러나 그런 얘기를 들은 뒤 외무성에서 함께 일하던 동료 가운데 차이나 스쿨의 면면이 떠올랐다.

예를 들면 당시 젊은 초급 과장이었던 A씨. 베이징 근무에서 돌아온 직후였던 그의 휴대전화에는 2, 3일에 한 번 반드시 여성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걸려오는 대로 A씨는 목소리를 낮추고 중국어로 말하기 시작한다.

흔한 ‘남녀 간 대화’처럼 보이지만, 때때로 상대방 여성이 분명히 격앙돼 있다는 것을 금세 알아차리곤 했다. 중국어를 모르는 나는 물론 주위의 직원들은 A씨가 어떻게든 달래려 하고 있다는 것쯤도 알고 있었다.

이윽고 전화통화가 끝난 A씨에게 물어본다. “도대체 무슨 일인데 그렇게 격렬한 전화가 자주 걸려오는 거야.” “아니야, 어쩔 수 없는 일이야. 이건.” 그렇게 대답하는 A씨.

들은 바로는 베이징 일본대사관에 근무하고 있을 때, 업무 관계로 ‘카운터파트’인 그녀를 알게 됐다고 한다. A씨가 갖고 있던 그녀의 얼굴 사진도 본 적이 있는데 대단한 미모였다.

그러나 이상한 것은 A씨가 매달 그녀에게 돈을 보내고 있다는 점이었다. 금액은 굳이 물어보지 않았지만 베이징에 매달 송금하고 있다고 들었을 때는 꽤나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곤 했다.

마찬가지로 큰 관심을 끌었던 외무성의 B선배. 그는 꽤 호방한 것으로 알려진 일본의 전형적인 외교관으로 굉장히 사교성이 좋다. 나쁘게 말하면 놀기 좋아하는 타입으로 봐도 좋다. 일이 끝나면 매일 밤 유흥가로 발길을 옮긴다.

그의 부인은 중국에서 온 저명한 예술인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일본 전국에서 예술활동을 전개하고 있기 때문에 자주 집을 비운다. 그렇기 때문에 B씨는 다른 남녀와 어울려 사교계에서 크게 발을 넓혀왔다는 것이다. 결혼은 했는데 남편과 아내가 따로 논다는 것은 좀 이상하다.

일반적으로 일본 외무성의 외교관은 입성 3년 차부터 2년 내지 3년은 해외연수를 떠난다. 중국어가 ‘전공’이면 기본적으로 중국에 있는 대학으로 연수를 받으러 가는데 이때 반드시 선배들에게 듣는 이야기가 있다.

“해외연수 중 현지 이성과 사귀는 경우가 자주 있지만, 중국만큼은 다르다. 중국인 여성은 일본인 남성을 이성으로 상대하지 않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마치 민족적으로 일본인은 신분이 다른 것처럼 취급한다.”

실제로 그런 이야기는 그 후로도 가끔 들었다. 그런데 일과 관련해서는 뛰어날지라도 붙임성 있는 스타일은 절대 아닌 B씨가 중국인 부인을 둔 것은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그것도 미모의 예술인이다. 우연인가, 아니면 운명적인 만남인가. 생각할수록 알 수 없는 일이다.

여성과 공안 관련 사건 줄이어

사실 A씨나 B씨에 이어 또 한 명에 대한 이야기도 있다. 젊은 초급 과장인 C씨는 차이나 스쿨의 유망주. 본인 스스로 의욕이 넘치고 중국에서 연수도 했다. 그때 같은 대학에서 미모의 중국인 여인과 연애를 하게 됐다. 이성을 사귀면 어학실력을 늘릴 수 있다는 생각에서 출발해 둘은 금세 연인 관계로 발전했다.

그러나 ‘사건’이 일어난 것은 그 다음이었다. C씨는 해외연수에 이어 바로 베이징 일본대사관에서 근무하게 됐다. 그런데 경솔하게도 그녀에게 ‘결혼’을 언급했던 것을 급기야 후회하게 됐다. 어떻게 해서든 그녀를 피하려 했다. 그러자 그녀는 반쯤 이성을 잃고 스토커로 돌변했다. 결국 “결혼을 빙자로 농락당했다”며 소송 직전까지 갔다고 한다.

결국 C씨는 중국 권력의 중심인 ‘중난하이(中南海)’에도 얼굴이 잘 알려진 일본인 거물의 ‘중재’를 통해 임기를 단축해 일본으로 귀국할 수 있었다. 중국인 여성에게는 다만 위자료 조로 돈을 주긴 했지만 별 탈 없이 귀국한 것이다.

그러나 이것으로 문제가 없어지는 것일까. 어느날 “그때 일과 관련된 것인데…”라며 얘기를 다시 꺼냈을 때 일본 외무성의 간부가 돼 있을지도 모를 C씨는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까. 거꾸로 말하자면 순진하게 ‘버림받은 그녀’는 과연 세상물정 모르는 평범한 중국의 시민이었을까.

수도 없이 자주 이런 얘기를 들은 나로선 최근 몇 년간 중국 일본대사관과 총영사관에서 ‘여성과 공안당국’이 연결된 사건이 줄을 잇고 있는 것은 전혀 이상하지 않다. 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중국의 공안당국을 배경으로 협박당한 직원이 결국 자살까지 했다. 물론 중국 이외의 국가에도 이런 경우는 종종 발생한다.

‘동맹국’인 미국 워싱턴 일본대사관에서 직업 외교관이 아시아계 매춘 클럽에 죽치고 앉아 자신뿐 아니라 도쿄에서 출장 온 동료들을 데리고 간다고 들었다. 역(逆)정보수집의 우려를 생각하면 결코 있을 수 없는 행위다. 덧붙이자면 현재 도쿄의 외무성 직원에게 가장 빈번하게 접촉해 오는 것은 미국 중앙정보국(CIA)이다.

중국과의 관계를 고려할 때 이런 정보 차원의 현실을 직시하지 않고 다음 시대에 일·중 관계를 구축하는 것은 생각할 수 없을 것이다. 일본 관료 시스템의 손발인 초급 과장에게까지 정보망을 구축하고 있는 중국이 일본을 다루는 건 어린아이 손목 비트는 것처럼 쉬울 것이다.

자신감에 가득 찬 일본 외무성의 차이나 스쿨. 그들이 ‘차이나 핸드(중국의 손)’로 전락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하라다 다케오 국제전략정보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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