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델라의남아공>2.범죄가 넘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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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낮에도 절대 혼자 돌아다니지 말고 밤에는 외출하지 말라』-.남아공(南阿共)에 도착,현지 공관원및 교민들로부터 귀가 따갑게 들은 말이다.
시내로 가기 위해 공항버스를 이용하려던 기자는 매표구 앞 안내문을 보고 질겁을 했다.『버스를 타고가다 살해되거나 재산상의피해를 보더라도 회사측은 책임을 지지 않겠다.』 지난 5년간 다섯번 강도를 당한 현지 사업가 李필영씨는 『최근 2년간 강도에게 희생된 한국인들도 3~4명은 될 것』이라고 말한다.
과거 「치안 천국」이었다는 대도시가 현재 「악의 정글」로 변해버린 것은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정책)철폐 때문이라는 것이 일반적 분석이다.
남아공 제1 도시 요하네스버그의 심장부인 코미셔널街.
외양이 화려한 55층 칼튼호텔을 비롯,산뜻한 현대식 건물들로서구 도시를 연상시키지만 바로밑 거리풍경은 살벌하다.거리에는 경찰관조차 보이지 않는다.과거 백인들이 운영했던 상점의 태반은위험을 견디다 못해 아예 철시한 상태다.
과거에는 도심내 흑인거주 자체가 불가능했던데다 오후6시 이후통행도 금지돼 대도시는 백인들의 천국이었다.
그러나 수년전부터 단계적으로 단행된 아파르트헤이트 철폐로 세상이 달라졌다.
흑인들이 도심에 집중했으며 백인들의 도심 탈출현상이 급속도로진전돼 대도시는 이제 흑인 빈민들의 무법천지가 됐다.
또다른 고민은 흑인들 내부의 정치적 갈등이다.남동부 콰줄루-나탈지역을 중심으로 한 줄루族의 폭력분리운동이 계속돼 현 집권세력인 아프리카민족회의(ANC)측과 충돌을 거듭,한달 평균 1백여명씩의 사상자를 내고 있다.「콰줄루」란 「줄루 왕국」이란 뜻이다.줄루족 옛 수도 울룬디를 찾았다.
지난 4월 만델라대통령이 분리운동 세력인 인카타자유당(IFP)행동대원에게 살해당할뻔한 곳도 이곳이다.
망고수투 부텔레지 내무장관을 제외하고는 만델라대통령을 포함,거의 모든 흑인 집권층이 줄루족 아닌 코사족.수투족등 다른 부족출신으로 분리운동은 종족분쟁의 성격을 띠고 있어 해결이 쉽지않다. 떠나오는 비행기 안에서 만난 백인 카르롤스 실바(28)는 『만델라 정권이 들어선 이후 계속 악화되는 정치불안과 치안문제로 최근 포르투갈로 이주했다』고 말했다.
남아공 탈출 백인 숫자는 93년 6천명에서 지난해 9천명으로증가했다.또 외국인들도 정치불안과 치안문제로 적극적인 투자를 꺼려 경제활동이 크게 위축되는 실정이다.
[울룬디=南禎鎬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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