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칼럼>경기장은 안전한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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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열차사고.여객선사고.비행기사고.가스폭발사고.성수대교 붕괴,또한번의 가스폭발사고….
줄줄이 이어지는 대형사고의 행진(?)을 침통하게 지켜보면서 사람들은 농반 진반으로 다음 차례는 과연 어떤 사고일까를 놓고입씨름을 벌이기도 했는데,그런 추리를 비웃기라도 하듯 이번에는멀쩡하던 백화점이 붕괴되고 말았다.
그야말로 우리는 상상을 초월하는 사고공화국에 살고 있는 모양이다.빌딩이든 다리든 이제는 어떤 대형구조물 근처에 가기만 해도 온몸이 움츠러드는 듯한 기분은 어쩔 수가 없다.
과연 이것은 안전한지,저것은 괜찮은지….이제 정부에서는 당연히 대대적인 안전점검에 나서야 하겠지만 필자는 그들에게 한가지제안을 하고 싶다.
그것은 각종 경기장에 대한 점검도 빼놓지 말아달라는 것이다.
크게는 서울의 올림픽경기장에서부터 작게는 시골의 공설운동장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크고 작은 경기시설들을 전국 곳곳에 가지고 있는데,이 경기장들은 과연 안전한가 하는 의문이 생기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멀게는 벨기에 하이젤구장의 붕괴사고에 대한 기억을 우리는 가지고 있다.
국내에서도 60년 새로 건립된 효창구장에서 제2회 아시아축구선수권대회가 열렸을 때 억지로 입장하던 관중들 때문에 출입문이붕괴돼 많은 부상자를 냈던 기록이 있다.
가령 백화점과 비교해 봐도 운동장이 더 안전하다고 말할 수 있는 이유가 없지 않은가.우선 수용하는 인원수에서 비교가 되지않는다. 프로축구.프로야구가 열리는 운동장,오빠부대가 인산인해를 이루는 실내체육관에는 적게는 수천명에서 많게는 수만명의 관중이 모여들지 않는가.더구나 이 인파들은 경기의 상황에 따라 일제히 발을 구르고 환호하기도 한다.하중이란 면에서 백화 점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이들은 짧은 순간에 한꺼번에 입장하고 한꺼번에 퇴장하곤 한다.꼭 붕괴같은 경우가 아니더라도 안전사고의 위험성이 항상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이 경기장들 또한 우리가 그토록 속도전(?)을 추구하던 70,80년대에 시공되었고,그 수많은 부실공사의 원인들이 경기장이라고 해 피해갔을리 없다.만의 하나 경기장에서 무슨 사고라도 발생한다면 수많은 인명 피해는 물론 우리가 그토록 갈망하는 월드컵의 유치도 물건너 가고 만다.
절대 한 호사가의 노파심이라고 웃어넘기지 말기 바란다.호미로막을 수 있는 것을 가래로도 못막는 우를 범하지 말고 지금이라도 모든 경기시설에 대한 안전점검을 철저하게 해주어야만 한다.
정부당국은 물론이요,각 경기단체와 프로구단 관계 자들까지 나서서 확실하게 체크를 해야만 할 것이다.거듭 묻거니와 경기장은 안전한가.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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