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나무 330만 그루 심은 직장생활 30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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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3~4월은 기후가 건조한데다 등산객이 늘어 산불이 날 위험이 큰 시기입니다. 진작에 소방차가 올라갈 수 있는 임도(林道)를 많이 닦아두었으면 대형 재난은 막을 수 있었을텐데…"

성백진(64) 전 SK임업 사장은 지난 식목일에 일어난 강원도 양양지역의 산불을 떠올리며 몸서리를 쳤다. "불타고 있는 산림을 TV로 지켜보고 있자니 내 뼈와 살이 타는 것 같았다"는 것이다. 나무를 심고 가꾸는 일로 30년을 지낸 그이기에 나무 한 그루가 아름드리로 자라기까지 들어간 시간과 수고를 잘 알고 있어 더욱 안타깝다고 했다.

지난해 말 SK임업(옛 서해개발)이 SK건설에 합병되면서 사장에서 고문으로 물러난 그는 "우리나라는 산세가 험해서 도로를 닦기 힘들다고들 하지만 형편이 비슷한 일본에 임도가 상당히 많은 걸 보면 방법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성 고문은 대학(고려대 임학과)을 졸업한 뒤 산림청에서 근무하다 SK그룹이 본격적으로 조림사업을 시작한 1974년 SK임업에 입사했다. 당시 그는 충북 충주와 영동 일대에 나무를 심으러 다니면서 '헬리콥터'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골짜기와 골짜기를 헬리콥터처럼 빠르게 옮겨다니며 작업을 감독한다 해서 인부들이 붙여준 별명이었다. 그가 근무한 30년 동안 SK임업은 서울 남산 면적의 12배 규모인 4100ha의 임야에 330만 그루의 나무를 심었다.

그는 최근 대형 산불이 잦은 근본 원인 중 하나로 지방자치단체의 산림정책 홀대를 꼽았다."산이 국토의 65%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산림부'를 만들어도 부족할 판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입니다. 각 도와 시에 있던 산림국과 산림과가 90년대 중반부터 없어지거나 타 부서에 통합되고 있습니다."

성 고문은 나무의 경제적 가치도 다시 계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 산림학자의 분석을 예로 들며 "50년생 나무 한 그루는 연간 3000만원어치의 산소를 공급하고 4000만원어치의 물을 생산하며 7000만원어치의 대기오염물질 제거 기능을 한다"고 말했다.

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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