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에살고재산도키우고>충북 영동군 황간면 李先秀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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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전원에 사는 사람들,그중에서도 특히 서울에서 완전히 발을 빼시골에 생활기반을 마련하고 눌러 앉은 사람들은 「서울 알레르기」를 지병(?)으로 갖게 된다.
이런 사람들은 어쩌다 볼일 때문에 서울에 올라 오더라도 하룻밤을 견디지 못하 고 내려가야 한다.
「서울에 대한 체질적 거부감」 때문이다.
충북영동군황간면우매리 반야골에 86년 봄께 터전을 마련해 내려 온 이선수(李先秀.43)씨 부부는 이런 증상을 특히 심하게앓는 사람들이다.
국민학교가 마을에서 10㎞나 떨어진 황간읍내에 있어 올해 6학년인 외아들을 서울 할머니집에 6년째 맡겨 놓고 떨어져 사는데, 아들이 보고 싶어 서울엘 올라 왔다가도 하룻밤을 견디지 못하고 내려간다.
서울의 지독한 대기오염에 저항력을 상실할 만큼 기관지가 깨끗이 세척됐기 때문이다.
겨우 5가구만 사는 이 산골마을에 李씨가 터를 잡은 것은 부인이 관절염을 심하게 앓아 조용히 요양할 곳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그래서 다른건 따져 보지 않고 물맑고 공기좋은 곳만 찾다가 전원주택 전문중개업소인 龍부동산(02(535) 2233)을통해 이곳을 소개받아 논밭 2천5백평을 평당 3만원 주고 샀다.그동안 모아 두었던 돈과 수원에 있던 2층 단독주택에 모두 세를 놓아 받은 전세보증금 수입으로 1억원을 마련,땅값으로 7천5백만원을 쓰고 나머지 돈으로 30 평규모 단층주택을 지었다.처음에는 몇달동안 요양이나 하고 올라가려 했는데 살다보니 이산골마을에서도 벌이가 쏠쏠했다.
물이 좋아 알음알음으로 몰려 오는 사람들을 상대로 하는 벌이도 괜찮았지만 계곡에서 나는 올갱이며 마을뒤 백화산에 지천으로널린 약초를 캐 벌어 들이는 수입이 만만찮았다.특히 건축업을 하면서 나무 다루는 재주를 갖고 있었던 그는 비 바람에 뿌리가뽑혀 넘어진 거목의 뿌리를 캐와 탁자.장식품으로 다듬어 파는 일에 재미를 붙였다.그렇게 한달만,두달만 하다가 1년이 지났고87년 봄 수원 단독주택을 처분해 아예 이곳에 정착했다.
농장 겸 집터로 쓰려고 구입한 1천5백평의 밭과 1천평의 논이 당시 그의 전재산.
해가 갈수록 계곡에 몰려 오는 사람들이 늘어가자 논 1천평을팔아 50평 규모의 민박집을 새로 짓고 행락철에는 구멍가게를 열었다. 그것만으로 생활비 는 충분했고 그의 특기인 괴목 장식품은 그대로 부수입으로 남았다.
계곡 바로 옆에 자리한 그의 집을 탐내는 사람이 나서자 지난해 1천5백평의 집터중 2백여평과 집을 팔아 당초 투자비(1억원)를 회수,그후에 새로 지은 35평 규모의 집과 마당 1천3백평은 여분의 재산으로 고스란히 남았다.
여름이면 계곡에 자동차의 행렬이 끊이지 않을 정도로 사람들이몰려들어 유원지로 자리잡으면서 현재 이곳 땅값은 평당 30만원을 호가,9년전 그가 사들였던 값의 꼭 10배로 올랐다.
그는 민박집을 운영한 경험을 살려 현재 텃밭으로 쓰고 있는 1천여평중 일부를 떼내 조그만 가족호텔을 지을 계획이다.아무도찾아오지 않던 때에 들어와 선수(先手)를 친 덕분에 이젠 재테크에도 제법 선수(選手)가 된 셈이다.
李光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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