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안 가결] 親與 세력 총결집 나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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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은 무겁고 침통한 분위기 속에 의원직 총사퇴서 제출→정치권 바깥 세력과의 연대 수순을 밟아나가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가결된 직후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본회의장에 주저앉아 있던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곧바로 긴급 의총을 열었다. 사회를 보던 김부겸 원내 부대표가 "국민 여러분, 죄송합니다"라고 흐느끼자 의총은 눈물바다가 됐다.

정동영 의장은 울먹이면서 "신군부가 민주주의를 짓밟은 지 24년 만에 5공의 후손들이 민의의 전당을 다시 짓밟았다"며 "법의 가면을 쓴 쿠데타에 가담한 193명을 모조리 떨어뜨려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김근태 원내대표는 "(탄핵안) 투표 무효를 확정짓기 위해 국민과 함께 나가겠다"며 당외 세력과의 연대를 선언했다.

"신종 쿠데타"(辛基南의원) "더러운 기득권 지키기"(千正培의원) 등의 격한 발언이 잇따랐다.

김영춘 의원이 "나는 오늘부터 이 더러운 국회의원직 배지를 떼겠다"고 전격 선언하자, 의원들은 전원이 즉석에서 사퇴서를 써 金원내대표에게 맡겼다.

사퇴서는 "신 3당 야합에 의한 3.12 의회쿠데타는 헌정 유린의 범죄행위로, 본인은 이 같은 의회에 몸담을 수 없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사퇴서를 당장 국회에 제출하지는 않기로 했다. 야당이 16대 국회에서 개헌 등을 추진할지 모른다는 이유에서였다.

열린우리당은 이날 야권의 탄핵소추안 가결이 개헌을 최종목적지로 한 야 3당의 '음모'에 따른 것이라고 공격하고 있다. 김부겸 원내 부대표는 "이번 탄핵소추안은 노무현 대통령을 인정하기 싫은 세력들의 정교한 시나리오에 따른 것"이라며 "벌써 3당 합당이나 내각제 개헌을 고리로 한 연대 얘기가 나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열린우리당은 앞으로 친여(親與)세력들을 총결집시켜 나간다는 계획이다. 당장 '헌정수호와 국정안정 비상시국 대책위원회'(위원장 정동영.김근태)를 구성키로 했다.

강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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