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구 총제적 위기-벤치작전.선수기량 모두 미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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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달라져야 한다.선수들은 사고방식과 농구체질을 개선해야 하고 지도자들은 새로운 농구에 눈떠야 한다.
한국남자농구는 홈코트에서 벌어진 제18회 아시아남자농구선수권대회에서 무려 26년만의 우승에 도전했으나 중국에 또다시 고배를 들어 96년 애틀랜타올림픽 본선티켓을 따내는데 만족해야 했다. 대회를 통틀어 한국이 구태를 벗지 못한데 비해 중국은 세계8강팀답게 고도의 적응력과 게임관리능력을 보여주었다.일본과 대만의 눈부신 성장은 한국이 더이상 2인자 자리에 안주할 수 없음을 보여주었다.
한국은 주무기인 슛이 번번이 불발,「슈터왕국」의 전통이 퇴색했고 코칭스태프의 작전과 선수들의 기량도 정상을 노크하기에는 함량미달이었다.
그나마 제몫을 해낸 것은 허재(許載).강동희(姜東熙)뿐이었고주포 문경은(文景垠)은 중국전에서 1개의 3점슛을 성공시키는데그쳤다. 패할 때마다 신장의 열세를 들먹이지만 서장훈(徐章勳.
2m6㎝)이 있을때도 한국은 중국에 패했다.24일 대만전에서의역전패도 포스트맨들이 골밑에서 밀려나 외곽에 너무 많은 부담을주었던 것이 패인이었다.
문제는 국내 센터들이 「인사이드 플레이」를 배우지 못했고 가르칠만한 지도자도 없다는 점이다.골밑은 한국농구의 가장 낙후된부문으로 유망주들을 길러야 할 젊은 지도자들의 연구가 시급하다. 전통적인 투지와 조직력,팀플레이의 실종은 위기감을 더욱 고조시킨다.
「오빠부대」의 함성에 취한 「X세대 스타」들은 국제무대에서 금단증상에 허덕이는 마약중독자처럼 맥을 추지 못했다.무책임한 슛의 남발,허약한 수비력은 거품인기속에서 한국농구의 체질이 약해졌음을 증명한다.
지도자들의 안이한 사고방식도 문제다.
중국전을 하루앞둔 25일 한국의 이인표(李仁杓)감독은 『정면대결이든 컨트롤게임이든 선수들과 상의해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중국에 대비한 비장의 카드는 커녕 게임운영의 복안조차 없이 결승전을 맞이하지 않았느냐는 의심을 사기에 족한 대 목이다.
〈許珍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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