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世銀 돈벌이 나서야"변신論 대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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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세계은행은 근년에 중요한 사실을 발견했다.민영기업이 국영기업보다 훨씬 효율적인 경영형태라는 게 바로 그것이다.이같은 시각에 근거해 세계은행은 제3세계 국가들에 국영기업의 민영화를 강력히 권고해 왔다.이것은 매우 올바르고 시의적절한 행동이었다.
그러나 이제 세계은행 자신이 변해야할 차례다.세계은행은 뿌리깊은 비효율성의 치유를 위해 스스로 사적 소유형태의 기관으로 변신해야 한다.세계은행은 현재 수술대에 오를 호기를 맞고 있다.투자은행가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제임스 월펜손 이 신임총재로 부임했기 때문이다.
세계은행이 민영은행으로 탈바꿈하면 미국 등 서방 선진국들은 수십억달러의 세출을 절감할 수 있게 될 것이다.더욱 중요한 사실은 지금의 조직형태를 유지할 때보다 훨씬 효율적으로 세계경제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세계은행이 안고 있는 문제점은 어찌보면 매우 단순하다.이 국제기구가 애당초 설립목적으로 삼았던 과제들이 벌써 해결됐는데도아직 존속한다는 것 자체가 문제다.지난 44년 설립 당시 세계은행에 부여된 임무는 전후 복구사업 및 신생독립 국들에 대한 투자자금 지원이었다.당시 세계 자본시장은 자금공급능력이 약한데다 비효율적이었기 때문에 적절한 자금공급을 위해서는 세계은행과같은 새로운 국제기구가 필요했던 것이다.
현재 세계은행은 「구조조정」과 「인적자원 개발」등을 위한 대출에 주력하고 있다.이는 박애주의자들에겐 환영받을 일인지 모르지만 스스로 은행이라 부르는 조직의 존립이유로는 부적합한 것이다. 세계은행이 국제경제에 긍정적으로 기여하기 위해서는 국제금융시장의 틈새에서 기생하려는 태도를 버려야 한다.그 대신 고객들을 위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이같은 변신은 질서정연하고 착실한 민영화를 통해 달성될 수 있다.세계은행은 당장 국제금융공사(IFC)같은 산하기관부터 민영화해야 한다.또 대외 원조창구인 국제개발협회에 대한 추가 자금지원을 중단하는 한편 이의 폐쇄를 준비해야 한다.다음으로 세계은행은 저개발국의 공공사업에 대한 대출을 줄이는 대신 이들 국가의 민간기업들에 대한 직접대출과 지급보증 등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이처럼 사적 이윤을 추구하는 쪽으로 변신함으로써 세계은행은국제금융시장의 건전한 발전에 기여할 수 있게 될 것이다.이는 또한 세계은행에 출자한 서방 선진국들의 부담을 덜어주는 동시에저개발국들의 빈곤을 퇴치하는 데도 지름길이 될 것이다.
니컬러스 에버스타트.클리퍼드 루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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