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 본 선거전-연설회만 5천회 "말의 화살"난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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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선거는 말의 잔치다.이번 선거는 더욱이 연설회만 5천여회가 열려 말의 폭포가 쏟아졌다.
촌철살인(寸鐵殺人)도 많았지만 저질 인신공격이나 무책임한 설포(舌砲)도 적지 않았다.
「3金」을 둘러싸고는 그야말로 말의 화살이 난무했다.야당.무소속후보들은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을 마구 공격했고 민자당은 DJ(김대중아태재단이사장).JP(김종필자민련총재)를 원색적으로 성토했다.
민자당 김덕룡(金德龍)사무총장은 DJ.JP를 묶어『흘러간 물과 서산에 지는 해』라며 세대교체를 역설했다.이춘구(李春九)대표는 DJ가 말한 「하늘의 뜻」을 꼬집어『과거엔 정치를 재개하면서 국민을 팔더니 이제는 하느님을 팔고 있다』고 비난했다.
양김의 맷집은 강했다.DJ는 여러 논리와 함께 『건강은 내가金대통령보다 낫다』는 방패도 폈다.그리고『金대통령의 세대교체론은 나와 김종필씨를 나오지 말라는 것』이라고 정면 반박했다.
JP는 민자당대표때 꾹 참았던 말을 하려 정당을 만든 것같았다.그는『김영삼씨는 2천억원을 낭비해가면서 남산 외인아파트를 부쉈는데 이는 朴대통령이 미웠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했다.
민자당을 탈당했던 자민련 유수호(劉守鎬)의원은『金대통령은 소도무문(小道無門)도 아니고 무도무문(無道無門)으로 길도 문도 없다』고 힐난했다.민주당 광주 북구청장후보는『민자당은 공화당의손자이자 민정당의 아들』이라는 여당 3대론을 주 창.
말잔치에서는 「지역감정」이라는 무당이 춤을 췄다.지역등권론.
지역분할을 둘러싼 여야 수뇌부의「선동」은 너무 많이 나와 새삼반복할 것이 없다.
황낙주(黃珞周.민자)국회의장은『김대중씨가 지역감정을 자극하면서 돌아다닐 때 경상도가 뭉쳐야 한다』고 「경상도 단결론」까지내걸었다.자민련 문창모(文昌模)의원은『강원도가 아니라 춘천도(春川道)다』며 원주의 對춘천감정을 부추겼다.
잘 나가다가 지역감정태풍을 맞은 후보들은 거칠게 반발하고 나섰다.민자당 박중배(朴重培)충남지사후보는『자민련의 총재,도지사.군수.도의원후보 모두가 연설만 했다 하면「핫바지.멍청도」얘기만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코너에 몰린 민주당 노무현(盧武鉉)부산시장후보는『3金씨 지역판 고스톱에서 김영삼씨는 대통령이 되고 딸 것을 다 땄다.김대중씨는 다 끝난 지역구도판에 뛰어들어 뭘 따겠다는 것인가』며 지원유세중단을 요구했다.
반면 요즘 親DJ를 과시하고 있는 민주당 김상현(金相賢)고문은 『민주당원인 DJ가 지원연설을 않고 방에만 있었다면 내가 당기위에 회부해 제명시켰을 것』이라고 DJ를 방어.
민자당 광주시장후보 김동환(金東桓)씨는 『광주는 지난 8년간민주당만 선택하는 정치적 편식을 해왔다』고 한탄하기도 했다.
무소속이 강세였던 대구에서는「무소속」을 둘러싸고 말의 공방전이 치열했다.자민련의 박철언(朴哲彦)前의원은 무소속 某후보를『낮에는 무소속,밤에는 사이비인 주무야사(晝無夜似)』라고 깎아내렸다. 〈金 璡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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