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선거에 惡用된 문서 變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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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선거막판의 중요쟁점으로 부상한 외무부전문변조사건은 사법당국의심판이 남아 있지만 관련 당사자들의 언행과 움직임으로 보아 가닥을 잡아가는 형세다.변조문서를 폭로한 민주당 권노갑(權魯甲)부총재는 검찰의 거듭된 소환요청에 불응한채 25 일 외무부가 문서를 변조해 은폐를 기도했다고 다시 주장해 의혹을 증폭시켰다. 그러나 25,26일 이틀간 공노명(孔魯明)장관을 비롯한 외무부의 대응과,변조문서 유출자로 확인된 최승진(崔乘震)주뉴질랜드영사의 의심스런 행적,민주당 국회의원 5명이 孔외무장관 면담에서 행한 외무부 귀책론등을 종합해보면 문서변조혐의 가 어디로쏠리는가는 명백해지고 있다.첫째,崔영사(외신행정관)가 25일 민주당 취재기자들과 가진 전화회견에선 『당당하게 들어가서 모든것을 걸고 싸우겠다』고 해놓고,26일엔 귀국권유를 거부한채 캐나다 비자를 신청하러 갔다는 이율배반 적 행동이다.그의 주장대로 정부의 불순한 의도를 분쇄하기 위한 진실의 폭로라면 왜 귀국해 당당하게 수사에 응하지 못하는가.
둘째,이 사건을 따지기 위해 외무부를 방문한 민주당의원들의 앞뒤가 안맞는 말이다.민주당은 이를 선거에 이용할 생각이 없는데 외무부가 확대재생산해 정치에 악용했고,崔영사는 외무부직원이며『우리는 합작.조작하지 않았다』는 등의 말로 崔 영사의 변조행위라 하더라도 결국 외무부가 책임질 일이라고 유추해석케 하는말로 어제까지 외무부가 문서변조를 기도했다는 주장에서 한발 물러서는 자세를 보였다.
지자체선거연기를 기도한 이같은 문서를 만든 孔장관의 파면및 대통령사과까지 요구했던 민주당 핵심인사들의 행위가 선거이용이 아니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약하다.검찰수사에 불응한 權부총재가 장외에서 또다시 외무부의 은폐공작설을 제기했는데, 민주당항의단이 외무부를 찾아가 權부총재와는 다른 뉘앙스의 묘한 논리로 외무부귀책설을 지적한 것은 석연치 않다.
우리는 이미 지적했듯 權부총재와 崔영사등 모든 관련당사자들은자기 주장의 정당성을 입증하기 위해서도 장외에서 이소리 저소리하지 말고 지체없이 수사에 응하는 것만이 선거에 악용하려 했다는 오명을 벗고 진실을 밝히는 첩경임을 거듭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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