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녹수" 史劇 자존심 지키고 막내려-내일 마지막회 방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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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국내 사극의 자존심을 꿋꿋이 지켜준 KBS-2TV 월화드라마『장녹수』(정하연 극본,이영국 연출)가 27일 52회를 끝으로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TV드라마를 외면해왔던 남성시청자를 흡수해 화제를 모았던 『한명회』후속으로 올 1월초부터 방송된 『장녹수』는 지난 6개월간 꾸준히 인기를 모아왔다.
우선 지난 2월 SBS 『모래시계』가 MBC특집극 『까레이스키』의 시청률을 잠식해가며 장안을 휩쓸었을 때도 『장녹수』는 20%가 넘는 시청률을 꾸준히 유지하며 사극 고정팬의 건재를 과시했다.
뿐만 아니라 스타연기자를 내세운 화려한 신세대풍 드라마,해외로케 드라마의 홍수 속에서도 드라마부문 1~3위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해 눈길을 모았다.
『장녹수』는 무엇보다도 기존 사극의 이야기틀을 벗어나 각 인물을 더욱 인간적인 차원에서 조명한 현대적인 감각이 시청자들의많은 공감을 불러일으킨 것으로 보인다.
주인공인 「연산」(유동근扮)은 기존 극중의 이미지를 탈피하고새롭게 묘사된 대표적인 경우.
그동안 폭군으로만 그려져온 연산이 『장녹수』에서는 풍류를 아는 인간으로,모성애가 결핍된 상처를 안고 엄마품을 그리는 연약한 인간의 면모도 함께 갖춘 인물로 묘사됐다.
특히 장녹수가 모성애가 결핍된 연산의 심리를 간파하고 연산을어린아이같이 다룬 것등의 파격적인 시도가 현대 남성은 물론 중년 여성시청자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킨 것으로 분석된다.
연기자들의 진지하고 성숙한 연기가 『장녹수』의 인기유지에 한몫한 것은 물론이다.
연산군역을 맡아 열연한 유동근은 이 드라마를 통해 연기의 폭을 한층 넓히고 당당히 중견연기자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 강직한 내시 김처선으로 분한 이낙훈,인수대비 반효정과제안대군 백윤식등 다수 조연의 탄탄한 연기력이 뒷받침된 것도 빼놓을 수 없다.
『장녹수』를 연출한 이영국PD는 그동안 『적색지대』『무풍지대』등 주로 선이 굵은 드라마를 만들어온 장본인으로 『장녹수』에팽팽한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그러나 이 드라마의 책임프로듀서인 김재현부주간은 『이 드라마의 가장 큰 수확은 다름아닌 새로운 사극작가를 얻은 것』이라고말했다. 그는 『중견작가 정하연씨가 처음 시도한 본격 사극이 성공이었다』며 『정씨는 「장녹수」를 통해 그동안 1~2명의 작가에 의존해온 사극제작에 활력을 불어넣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장녹수』의 가장 큰 매력으로 작용한 「현대감각」이 방송가 일부에서는 궁중용어를 비롯해 여러 면에서 고증을 지나치게 무시해 정통사극으로 거론되기엔 아쉬움을 남겼다는 평가도 없지 않다.
李殷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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