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왕 에드워드8세와 세기적 로맨스 심슨부인의 사랑 옹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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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평민출신 이혼녀와의 사랑을 위해 왕관까지 내팽개쳤다고해서 세기적 사랑으로 불리는 영국왕 에드워드 8세와 월리스 심슨부인의사랑. 이들의 사랑에 쏟아지는 세인들의 호기심 한편에는 그러나「정숙하지」못한 심슨부인이 에드워드의 인생을 망가뜨렸다는 비난이 깔린 것도 사실이다.
심슨부인이 비록 두번이나 이혼한 몸이었지만 에드워드와의 사랑만큼은 지순했음을 입증하는 책이 최근 프랑스에서 출간돼 화제다.프랑스 작가 알랭 드코가 심슨부인과 에드워드 8세가 주고받았던 편지 1백여통을 근거로 이들의 사랑을 재구성한 『왕관포기』(L'abdication.Perrin 刊)가 그것.
이 책에 인용되는 편지들은 심슨부인의 유산집행인이 지금까지 비밀에 부쳐왔던 것들로 심슨이 에드워드에게 보낸 한 편지에는 에드워드를 사랑하면서도 그의 퇴위만은 막아야한다는 절박감에서 중국으로의 피신을 결심하는 아픈 마음이 글마다 절 절이 담겨 있다. 심슨은 에드워드의 삶에 더이상 「암적인」 존재가 되지 않기로 결심,중국행에 필요한 티켓까지 구입했던 것으로 확인된다.그때가 1936년 9월로 심슨부인이 파리의 매리스호텔에 묵고있을 때였다.편지의 인사말도 지극히 상투적인「Dear David」로 격하되어 있다.
『당신과 함께할 때보다 남편 어네스트와 함께 하는 시간이 훨씬 마음이 편합니다.』 잔인할 정도로 냉정한 절교의 편지였다.
이 편지를 받은 즉시 파리의 호텔로 전화를 건 에드워드 8세의 반응은 이렇다.『지금 막 당신의 편지를 받았소.당장 편지 내용을 뒤엎지 않으면 당신도 진정으로 헤어질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잘 아는데 나는 목을 매고 말겠소.』 심슨부인이 영국계였던 두번째 남편과 이혼한 것도 지금까지 알려진 것과는 달리 에드워드와 결혼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영국왕실의 피해를조금이라도 덜어주기 위한 나름대로의 노력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심슨부인의 출신도 그 선조를 캐 올라가면 메이플라워호를 타고 신천지로 건너온 영국인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갈 정도로 꽤 뿌리가 깊었다.그러나 경제적 배경이 워낙 형편없었기때문에 그녀의어린시절은 친척에 얹혀 살아야할 정도로 메말랐다.
그때문에 그녀는 가정의 안온함과 돈에 대한 동경이 대단했다고도 할 수 있다.
심슨부인이 돈에 눈이 멀었다는 보도도 있었지만 절교를 선언할즈음의 편지에는『당신이 주신 선물도 되돌려 주겠습니다』라는 내용이 눈에 띈다.저자는 에드워드가 왕위를 지키면서도 평민출신 이혼녀인 심슨과 결혼을 할수 있었을텐데 각료회의 에 먼저 의견을 묻는 실수를 저지름으로써 「불행한」 삶을 자초했다고 분석한다. 당시 볼드윈수상등이 에드워드의 결혼을 받아들이느니 차라리사임하고 말겠다고 완강하게 반대했지만 윈스턴 처칠같은 이는 에드워드의 편에 서서 결혼과 왕위를 동시에 지킬 수 있도록 노력했다.일부 유력언론들이 심슨과의 결혼을 옹호하는 사 설을 내보내고 그를 지지하는 정당설립까지 추진하며 연일 시위를 벌였으나에드워드의 결정에 영향을 미치진 못했다.
에드워드는 1936년에 『본인은 사랑하는 여인의 도움과 지지없이는 왕으로서의 무거운 임무와 책임을 다할 수 없다는 사실을절감한다』는 성명을 뒤로한 채 가족과도 결별하고 망명아닌 망명길에 오른다.
鄭命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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