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엔.마르크貨 불안정 경제 "거림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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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국제경제에서 美달러貨하락은 하나의 기조로 굳혀져가고 있다.이런 현상은 장기적으로 세계 각국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거시경제학계의 세계적 석학인 루디거 돈부시 美MIT大교수의 정기 기고문을 통해 분석해 본다.

<편집자 주> 약세통화 국가에서 달러는 왕이다.그러나 독일 마르크貨나 일본엔貨와 비교하면 달러의 지위는 왕에서 거지로 떨어진다.지난 2년간 달러는 이들 두 핵심통화에 대해 20%에서 25%나 값이떨어졌다.지난 20년간 절하폭은 각각 50%와 75%에 이른다. 달러에 무슨 문제가 있는게 아니냐는 질문이 나올 법도 하다.그러나 올바른 질문은 기업이 살아남기 어려울 정도로 값이 오른 마르크貨나 엔貨에 뭐가 잘못됐느냐는 것이다.미국에서 달러하락은 전혀 머릿기사가 되지 못한다.아무도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오히려 달러하락은 수출업자나,수입품과 경쟁하는 국내업체에는 희소식이다.
더구나 미국은 현재 금융상황이 안정돼 있으며 규모가 크고 상대적으로 폐쇄적인 경제다.그 결과 달러하락은 인플레율에 거의 영향을 주지 못한다.사실 지금까지 달러하락으로 인한 영향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일본에선 사정이 다르다.일본인은 쳇바퀴 속의 다람쥐 같다.그들은 국내의 高임금을 피해 임금이 싼 미국이나 태국.인도네시아등 해외로 생산시설을 바쁘게 옮긴다.그러나 생산의 해외이전에도불구하고 계속되는 엔貨절상의 파도는 아직도 더 많은 구조조정 노력을 요구한다.수출은 정체되고 수입은 두자리 수로 늘고 있다. 일본 금융시장은 잘못된 대응을 하는 바람에 당분간 엔貨상승에 뼈아픈 적응과정을 거칠 것이다.일본인은 달러자산과 소득을 팔아 엔貨로 바꾸고 있다.그러나 이를 상쇄할 만한 달러 매입세력이 없어 엔貨는 점점 더 오르는 것이다.이 과정에 서 개별투자자는 재미를 볼 수 있다.그러나 나라 전체로는 자신의 발밑을파고 있는 셈이다.
엔貨 상승세는 과연 끝날 것인가.그 대답의 하나는 앞으로 5%나 10%쯤 엔貨가 더 오르면 일본은 못견딜 것이라는 점이다. 그런데 사정을 복잡하게 만들고 있는 것은 미국과 일본의 무역분쟁이다.이는 근본적으로 일본이 폐쇄적인 시장이고 非경쟁적이며 관리와 기업의 연합에 의해 강력하게 보호받고 있다는 데 원인이 있다.일본은 미국에 관리무역이란 딱지를 붙이고 스스로 자유무역의 옹호자를 자처함으로써 여론의 우위에 설지 모르지만 결코 이길 수 없다.
분쟁의 격화는 엔貨의 추가절상을 의미하고 그것은 또 지금까지일어난 것을 훨씬 능가하는 일본의 산업공동화를 뜻하기 때문이다. 독일에서 보는 달러貨 문제는 또 다르다.최근까지 독일 마르크貨절상은 독일기업들에 견딜 수 없을 정도의 압력은 아니었다.
기업은 구조조정을 통한 대폭적인 경비절감으로 절상효과를 흡수할수 있었다.더구나 대부분의 유럽국가들이 마르크貨 세력권에 있어달러貨의 경쟁력상승에 따른 부담을 나눠가졌다.
더 중요한 것은 마르크貨가 달러에 대해선 올랐지만 엔貨에 대해선 내렸다는 사실이다.한쪽에선 손해지만 다른 쪽에선 이득이므로 독일기업들은 견딜만 했던 것이다.
이런 통화움직임이 개도국과 체제전환국 경제에는 어떤 의미를 가질까. 환율은 두가지 역할을 한다.하나는 명목상의 기준이고 다른 하나는 대외경쟁력이다.인플레 억제를 위해서는 강한 통화가유리하다.예컨대 마르貨에 연동시키면 인플레에 대해 강력한 브레이크 역할을 할 것이다.그러나 국제경쟁력의 관점에서 보 면 임금을 마르크貨에 묶어두지 않는한 자국통화를 마르크貨에 연동시키는 것은 위험하다.
한가지 가능성은 독립적인 통화제도를 포기하고 마르크貨를 자국통화로 사용하는 것이다.이것은 경제적으로는 완벽한 해답일지몰라도 당연히 전통.문화.독자성이나 주권등의 측면에서 마찰을 빚을것이다.다른 대안은 환율정책의 초점을 경쟁력에 맞추고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으로 인플레를 잡는 것이다.이것은 쉽지 않겠지만 할수 있다.
어쨌든 주요통화들의 불안정은 개도국과 체제전환국의 거시경제운영과 무역발전에 어려움을 가중시킨다.
이번 달러하락은 달러영향권의 중남미경제에는 도움이 됐으나 독일 마르크貨 세력권에는 타격을 줬다.모두에게 위안이 되는 일은엔블록이 보다 가시화됐다는 것이다.일본의 대규모 해외이전으로 아시아 국가에서는 자고 일어나면 일본기업이 생길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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