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평화협상어디까지왔나>4.東예루살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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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東예루살렘 회교사원 알 아크사의 서쪽벽인 「통곡의 벽」.
검은 양복에 검은 중절모,귀밑으로 길게 땋은 머리가 인상적인유대교도 수백명이 연신 머리를 굽신거리며 메시아의 강림(降臨)을 2천년째 빌고 있었다.
이곳에서 불과 수백m 떨어진 곳에는 이스라엘인들이 선조로 여기는 다윗王의 성전(聖殿)이 자리잡고 있다.
통곡의 벽에서 10분쯤 걸어가자 마호메트가 승천했다는 금빛 찬란한 「바위의 돔(Dome of the Rock)」,장중한 알 아크사 모스크등 이슬람의 사원이 우뚝 서 있다.또 예수가 붙잡힌 겟세마네동산,십자가에 못박힌 골고다언덕도 바로 코앞에 내려다 보인다.
반경 1㎞도 안되는 예루살렘 舊지역에 이슬람교.유대교 그리고기독교등 3개 주요종교의 성지(聖地)가 몰려있는 것이다.
아직도 종교가 삶을 지배하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두 민족에게 예루살렘은 단순한 도시 이상의 절대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다. 1개월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의 긴장을 촉발시켰던 예루살렘 동쪽 베이트 하바나지역을 찾았다.이스라엘정부가 도로및 정착촌 건립을 위해 팔레스타인들로부터 강제 수용하려던 땅이다.과거쓰레기처리장으로 사용했다는 이곳은 돌과 잡초로 뒤 덮인 삭막한광야일뿐 변변한 나무 한그루 눈에 띄지 않는다.
이처럼 쓸모없는 한줌의 땅을 수용한다 해서 유엔이 즉각 비난성명을 발표할 정도로 온 세상이 시끄러워졌던 까닭은 무엇일까.
「팔레스타인경제개발위원회(PECDAR)」의 술리만 아레프는『이번 토지수용은 야금야금 팔레스타인 땅을 먹어가 예 루살렘 전체를 수중에 넣으려는 음모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야셰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해방전선(PLO)의장이『東예루살렘을장차 팔레스타인 정부의 수도로 삼겠다』고 천명했듯 예루살렘에 대한 팔레스타인인들의 애정은 절대적이다.
그러나 東예루살렘에 대한 이스라엘인들의 집착도 마찬가지다.다비드 카수토 예루살렘 副시장은『시나이반도.골란고원.요르단江 서안 모두를 내주어도 東예루살렘만은 절대로 양보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그는 이어 『이슬람인들에게는 메카.메 디나.다마스쿠스.카이로등 4개의 다른 성지가 있다.우리들은 유일하게 예루살렘뿐인데 어떻게 내준다는 말인가』라고 노기를 띠었다.
2천년 고도(古都) 예루살렘을 둘러본 후 결론은 東예루살렘문제가 타결되지 않는한 중동의 평화는 어렵다는 것이었다.이같은 명백한 견해차로 이-팔레스타인간의 평화협정에서도 이 문제는 일단 유보된 상태로 남아 있다.
그러나 양측이 이처럼 예루살렘을 양보할 수 없는 성지와 수도로 생각하고 있는 한 東예루살렘 문제는 언제고 다시 중동평화구도를 위협할 수 있을 것이다.
[예루살렘=南禎鎬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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