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환 마법’ 물속에 잠기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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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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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회 한라배 전국수영대회 남대부 자유형 200m 결선이 열린 22일 제주 실내수영장. 박태환(19·단국대)을 지도하고 있는 노민상 경영대표팀 감독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박태환의 저조한 기록 때문이었다.

이 종목 결승 150m 지점에서 박태환이 턴했을 때 기록은 1분20초45였다. 특유의 막판 스퍼트만 나온다면 자신이 갖고 있는 아시아 최고기록(1분46초73)도 기대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전광판에 찍힌 최종기록은 1분48초10. 마지막 50m 구간기록이 뚝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 말은 박태환의 지구력이 뚝 떨어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경기 직후 인터뷰에서 박태환은 “많이 아쉽다”는 말부터 꺼냈다. 노민상 감독은 “마지막 50m 구간 기록이 27초대(27초65)다. 2006 도하아시안게임 자유형 1500m에서 나온 마지막 50m 구간 기록(27초14)보다 못하다. 최장거리 종목과 단거리 종목의 마지막 구간기록이 비슷하다는 것은 지구력이 부족하다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박태환의 장점은 ‘막판 스퍼트’였다. 지난해 멜버른 세계선수권대회 자유형 400m에서 박태환은 350m 구간까지 4위를 달리다 마지막 50m에서 경쟁자 3명을 따돌리고 우승하는 괴력을 발휘했다. 하지만 2008년 3월 현재, 박태환에게서 그런 ‘마법’을 찾아보기 어렵다.

2008 베이징올림픽이 4개월밖에 남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이번 기록은 ‘금메달 낙관’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은 셈이다.

◇사라진 ‘박태환의 마법’=한라배에 참가했던 한 수영코치는 “훈련 부족이다. 기록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태환은 2006 도하아시안게임 전 혹독한 지구력 훈련을 했고, 지난해 3월 멜버른 세계선수권대회 전에는 지구력에 근력 훈련까지 보탰다. 하지만 이후 “장거리(지구력) 훈련을 게을리 한다” “근육 키우는 재미에만 빠져 수영에 필요하지 않은 근육까지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여기에 ‘박태환 전담팀’의 해체로 코칭스태프가 수도 없이 바뀌는 내홍을 겪었고, 박태환은 각종 행사에 참가하느라 심리적으로 느슨해졌다.

설상가상으로 박태환이 뒷걸음질 치는 동안 경쟁자들은 성큼 앞서가고 있다. 해켓은 22일(한국시간) 시드니에서 열린 호주수영선수권대회 자유형 400m에서 3분43초15로 우승했다. 박태환의 아시아최고기록(3분44초30)을 1.15초 앞선 기록이다. 1500m도 그렇다. 유리 프릴루코프(러시아)는 23일 유럽선수권대회 자유형 1500m에서 14분50초40으로 우승했다. 박태환의 이 종목 최고기록(14분55초03)을 크게 앞선다.

노민상 감독은 “올림픽을 4개월 앞두고 지구력 훈련을 한다는 건 사실상 늦은 거다”면서도 “그러나 박태환의 개인능력이 탁월하기 때문에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자고 나면 바뀌는 감독=박태환은 2006 도하아시안게임 이후 1년3개월 동안 전담 지도자가 다섯 차례나 바뀌었다. <도표 참조> 훈련량이 부족한 건 어찌 보면 당연했다. 2006 도하아시안게임 당시 지도자였던 노민상 감독과 결별한 건 스폰서 문제 때문. 박태환이 대표팀 스폰서인 아레나가 아니라 스피도와 개인 스폰서 계약을 하면서다. ‘박태환 전담팀’의 지도자였던 박석기 감독도 스피도 측과 갈등을 빚으며 물러났다. 박태환 부모가 훈련 방식에 불만을 표출했던 것도 코치 교체 이유 중 하나로 알려졌다.

제주=이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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