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뚝심 소녀’ 신지애 일본에 우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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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투어 대회에서 첫 우승한 신지애가 트로피를 들고 활짝 웃고 있다. [연합뉴스]

‘장갑을 벗어 봐야 결과를 안다’는 골프 격언은 이럴 때 쓰는 말일 게다. 최종 라운드 17번 홀까지 2타 차로 뒤지다 마지막 홀에서 동타를 이룬 뒤 연장 네 번째 홀까지 가는 접전 끝에 거둔 역전승.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 대회에 첫 출전한 신지애(하이마트)로선 최고의 시나리오였다.

지난해 국내 투어에서 9승을 거뒀던 신지애가 이번엔 일본 그린을 점령했다.

23일 일본 고치현 고난의 도사 골프장(파72·6364야드)에서 끝난 JLPGA투어 요코하마 PRGR 레이디스컵 최종 3라운드. 신지애는 1오버파를 쳐 합계 4언더파로 요코미네 사쿠라(23·일본)와 동타를 이룬 뒤 연장 네 번째 홀에서 버디를 잡아내 우승했다. 우승상금은 1440만 엔(약 1억4000만원). 신지애는 부상으로 시가 6000만원이 넘는 메르세데스 벤츠 승용차도 받았다.

가랑비가 내리는 가운데 열린 이날 경기는 한국 최고의 여자골퍼와 일본 최고 스타의 대결로 관심을 모았다. 17번 홀까지는 요코미네의 승리가 점쳐졌다.

합계 6언더파로 요코미네와 동타를 이뤘던 신지애가 16번 홀(파4)에서 티샷 OB로 더블보기를 기록하며 한꺼번에 2타를 잃었기 때문이었다. 신지애가 드라이브샷 OB를 낸 것은 아마추어였던 2004년 송암배 대회 이후 4년 만이었다. 지난해 세컨드샷 OB가 두 차례 나왔지만 티샷 OB를 기록한 것은 생애 두 번째.

팽팽했던 승부의 추가 일본의 최고 스타 쪽으로 기우는가 했지만 승리를 속단하기엔 일렀다. 2타 차로 앞서던 요코미네는 마지막 18번 홀(파4·370야드)에서 60㎝ 거리의 보기 퍼트를 놓치는 바람에 승부를 연장으로 넘겼다.

벼랑 끝에서 되살아난 신지애는 결국 18번 홀에서 열린 연장 네 번째 홀 경기에서 7m 거리의 버디 퍼트를 성공시켜 긴 승부를 마감했다. 신지애의 우승으로 한국선수들의 일본 투어 우승은 75승으로 늘어났다.

신지애는 “16번 홀 OB 이후에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던 것이 좋은 결과를 낳았다. 처음으로 출전한 일본 대회에서 우승해 기쁘다”고 말했다.

정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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